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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산불 저지에 사력…173명 사망

입력 : 2009.02.10 10:06

방화범 추적 본격화…책임 논란 가열


호주 빅토리아주를 강타한 동시다발적 산불 발생 4일째인 10일 현장에서는 산불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소방당국의 사투가 펼쳐지고 있다.

사망자수가 이날 오전 11시(현지시간) 현재 173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실종자가 많아 희생자수는 200명을 훨씬 넘을 전망이다.

경찰은 이번 산불 가운데 일부는 방화범의 소행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 주민들이 임시거처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실종 가족 찾기에 나선 가운데 당국이 산불예보를 제대로 못했다는 비난과 함께 책임소재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소방관은 물론 현장감식 전문가, 유전자감식 전문가 등을 보내기로 하는 등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 피해 = 이날 오전 11시 현재 사망자수는 173명으로 늘어났다.

경찰과 소방당국, 군이 합동으로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빅토리아주 주도 멜버른 북쪽 야라계곡 등지를 밤사이 수색해 시신을 추가로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소실된 주택도 922채로 늘어났다. 지난 9일까지는 750채였으나 당국의 수색 범위가 확대되면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일까지 34만ha의 삼림이 소실된 가운데 이날도 최소한 3개의 산불이 기승을 부리면서 확대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 삼림 소실 등 피해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 산불 확산 저지 = 당국은 이날 오전 야라계곡을 휩쓸고 있는 산불이 기세를 부리면서 힐스빌과 툴랑기 등지의 주택가를 위협할 태세를 보이자 산불 확산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방당국은 184명의 소방관과 56대의 급수차 등을 동원해 이 지역에서의 인명 및 재산피해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산불은 이미 이 지역 삼림 505ha를 태웠다.

다우드로드와 로미오로드, 앤더슨로드 등 힐스빌 동네 곳곳이 산불의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돼 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이 잦아들면서 야라계곡 일대 산불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소방당국은 말했다.

당국은 빅토리아주에서만 현재 25군데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진행되고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기상청은 "큰 비가 내릴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작지만 기온이 뚝 떨어지는 등 지난주말보다는 상황이 낫다"고 말했다.

◇ 실종가족 찾기 = 산불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실종가족들을 찾느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위틀시커뮤니티센터 게시판에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니"라며 살아남은 부모가 자녀들을 찾는 쪽지가 게재돼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피터와 샌디는 스티븐 콘드런에게 남긴 메시지에서 "무사하니?"라고 적었다.

경찰이 희생자들의 신원을 하나둘씩 파악하기 시작하면서 가족들의 슬픔도 더욱 커지고 있다.

◇ 방화범 추격 = 경찰은 빅토리아주 산불참사가 연쇄방화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100명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달말 불라라 근처 덜번컴플렉스에 불을 지른 남자가 이번 산불에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감식 전문가들은 최소한 1명 이상의 방화범이 산불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기프스랜드 산불의 경우 방화범의 소행으로 발생했다고 보고 방화범들이 더 많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방화와 관련된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했다.

◇ 시신 감식 = 당국은 희생자들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신원을 파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모여든 77명의 재난피해자 전문감식요원으로 감식팀을 꾸려 시신 감식에 나섰다.

하지만 유전자 감식 등을 마무리하고 신원을 최종적으로 파악하는 데 최소한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찰은 시신감식팀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려면 피해지역 진입 도로가 어느 정도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빠르면 오는 14일부터 감식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책임논란 = 삽시간에 주택가를 덮친 산불을 피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주민들은 당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산불이 어느 정도 규모이고 어느 지역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당국이 미리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관련 당국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산불에 대비해 각자 조심하라"는 순진한 내용만 있었다고 생존 주민들은 증언했다.

특히 산불이 거세진 이후 주택가 근처까지 왔을 때에는 대피방송이나 사이렌 소리 등 긴급한 상황을 알리는 당국의 메시지가 전혀 없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피해가 가장 컸던 킹레이크 주민 배리 카힐은 "누구도 산불에 대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고 분통해했다.

로버트 매클런드 연방검찰총장은 "전화를 이용해 산불 경보를 알려주는 등의 안전대책이 필요한지 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열풍과 고온을 타고 산불이 워낙 갑작스럽게 확산돼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 국제사회 지원 = 국제사회는 산불진화는 물론이고 시신감식, 사후복구 등을 위한 손길을 뻗치고 있다.

미국 소방당국은 헬기 조종사와 현장 지휘요원 등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호주 정부가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즉시 현지로 파견하기로 했다.

뉴질랜드는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를 가져온 호주 산불참사 현장에 소방관 100여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시드니=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