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골프장 암매장 사건 '시신 없이' 송치

입력 : 2009.02.09 12:04

경찰, "강호순 살인혐의 입증할 수사내용 충분" 대법원 '시신 없는 살인사건' 유·무죄 판결 엇갈려


연쇄살인범 강호순(38)에게 살해된 7명 가운데 4차 사건 희생자인 중국 동포 김모(피살 당시 37세)씨의 경우 시신을 발굴하지 못한 채 사건이 검찰로 송치될 전망이다.

경찰은 직접증거인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살인 혐의를 충분히 입증한 만큼 기소의견으로 송치한다는 방침이다.

경기지방경찰청은 9일 "강이 김 씨를 매장했다고 자백한 화성시 마도면 L골프장에서 이틀에 걸쳐 발굴작업을 벌여 뼛조각을 찾았지만 동물의 뼈일 가능성이 높다"며 "강의 기억을 토대로 골프장 조성 전후 항공사진을 비교, 매장지점을 압축한 만큼 골프장의 다른 지점에 대한 추가 발굴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신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김 씨 사건에 대한 수사내용이 충분히 확보된 만큼 보강수사를 거쳐 주말께 기소 의견으로 김 씨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이 노래방을 정확히 지목하고 마도면에서 김 씨 휴대전화 전원을 꺼버리는 등 김 씨를 유인해 살해하는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 자백의 임의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수원지검 안산지청 박종기 차장검사는 "피의자 진술과 증거관계를 검토해 기소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시신 확보 등 증거자료 없이 기소돼 유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으나 이번 경우에도 적용이 가능한지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7∼8일 강이 지목한 L골프장 8번홀 페어웨이 400㎡에서 굴착기를 동원, 발굴작업을 벌였지만 동물뼈로 추정되는 3개의 뼛조각을 발견했을 뿐 김 씨 시신을 찾는 데 실패했다.

'시신 없는 살인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엇갈리고 있다.

대법원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지난해 4월 20일 대전 유성구 자신의 집에서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내다버린 혐의(살인 등)로 구속기소된 A(61)씨에 대해 지난해 8월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아내가 가출했다'고 무죄를 주장했지만 집안 곳곳에서 A씨 아내의 혈흔과 뼛조각 등이 발견되고 범행 이후 6일간 무려 5t의 물을 사용한데다 A씨가 쓰레기봉투 5개를 승용차에 싣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혀 경찰이 A씨를 살인범으로 지목했었다.

재판부는 "시신이 없어 A씨가 아내를 살해했다는 직접증거는 없지만 여러 간접 사실들을 종합했을 때 살인과 사체유기죄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같은 대법원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2005년 9월 동거녀의 언니를 납치.감금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B(54)씨에 대한 지난해 3월 선고에서 원심을 깨고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B씨는 동거를 반대했던 동거녀의 언니를 승용차에 태워 감금한 뒤 공범을 차량에서 내리게 하고 혼자 동거녀의 언니를 대전 유성구 방동저수지로 데려가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행적에 비춰 B씨 동거녀의 언니가 사망한 상태라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대체로 수긍할 수 있으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살해의사를 가진 피고인 또는 공범의 행위로 B씨가 사망했다고 인정할 정도의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세광의 최규호(38)변호사는 "살인죄는 시신을 찾지 못했을 경우 높은 증거자료를 뒷받침해 재판관에게 90-95%의 확신을 줘야 유죄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의 법정공방을 예상했다.

한편 숨진 김 씨의 어머니와 남동생 등 유족 3명은 오는 11일자로 입국 비자를 받아 14일께 입국할 예정이다.

김 씨는 2006년 8월 입국해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사촌동생과 함께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의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일했다.

김 씨는 딸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하려 한국에 왔으며, 유족들은 김 씨의 딸에게 김 씨의 죽음을 아직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검찰과 협의, 시신 발굴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골프장 페어웨이 잔디 손상과 영업손실에 대해 L골프장이 피해보상을 청구하면 국비로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L골프장 관계자는 "8번홀이 파5이고 발굴작업을 벌인 곳은 티잉그라운드에서 가까워 라운딩에 별 지장이 없는 만큼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조만간 복구작업을 벌이고 비용을 산출해 경찰에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안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