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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호탕·익살·수줍... 연아의 인간美

김현우

입력 : 2009.02.05 02:14|수정 : 2010.03.19 18:30

[밴쿠버 리포트] 밴쿠버에서 만난 피겨 요정


"안녕하~쎄요오~~"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캐나다의 한 호텔 로비 사이로 익숙한 우리말이 들려옵니다. 아저씨들의 굵은 목소리를 흉내 낸 어린 여자 목소리가 분명합니다.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니 19살 소녀가 해맑은 미소를 지은 채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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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피겨 여왕이라고 부르는 바로, 김연아입니다.

고된 오전 훈련을 마친 뒤 달콤한 오후 휴식 시간을 빼앗은 얄미운 취재진에게 그렇게 장난기 넘치는 인사를 건네고는 소녀는 곧바로 트레이닝복 웃옷에 양손을 찔러 넣습니다.

 

생글생글 웃으며 밴쿠버 숙소를 찾은 취재진에게 안부를 건네는 그 소녀에게서 세계를 제패한 당대 최고 피겨 선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막내 여동생 혹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친숙한 이웃집 동생 같은 느낌입니다.

4대륙 피겨선수권 대회 개막 이틀 전, 김연아는 오전 훈련을 마치고 예정됐던 오후 훈련은 취소했습니다. 그래서 간단히 호텔에서 인터뷰만 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장소가 마땅치 않아 호텔 직원의 눈치를 보며 2층으로 겨우 자리를 찾아 올라갔습니다.

19살 소녀는 소파에 앉을 때도 장난기가 그치질 않습니다. 누웠다, 앉았다, 여왕의 포즈까지... 특유의 호탕한 웃음으로 인터뷰 직전의 어색함까지 풀어줍니다.

잠시 진지한 분위기로 10분 동안 문답이 오갔습니다. 늘 대회 때마다 반복되는 비슷한 질문과 대답들.. 그래도 소녀는 똑 부러지는 말투와 친절한 설명으로 풍성한 내용을 만들어줍니다.

 

지난 시즌에도 이 맘때 부상으로 고생했기 때문에 4대륙 대회를 출전하지 못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엔 그랑프리 파이널 이후 컨디션 조절에 특히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때문에 마치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는 것처럼 컨디션은 최상이라고 합니다.

다만, 경기가 열릴 퍼시픽 컬리세움 링크가 빙질이 조금 무른 편이라 점프에서 착지점이 일정치 않아 적당히 힘 조절을 하며 경기장 적응 훈련을 마쳤다고 합니다. 하지만 베테랑 답게 많은 링크에서 경기한 경험이 있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며 자신감을 보입니다.

소녀는 인터뷰가 끝나고 마지막 악수를 할 때도 허리를 굽히며 익살스런 동작으로 끝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두 달 전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만났을 때보다 훨씬 여유가 넘치고 컨디션은 확실히 좋아 보였습니다. 시차 적응에 무리가 없고 언론과 팬들의 기대에 대한 심적 부담도 적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충분한 휴식과 컨디션 조절로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든 김연아. 19살 소녀가 다시 한 번 세계를 매혹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스포츠가 좋아 스포츠를 택한 사나이' SBS 스포츠국의 훈남 김현우 기자. 2005년 공채로 입사해 사회부 사건팀에서 맹활약하던 김 기자는 현재 스포츠취재팀에서 빙상과 축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한국 최초 우주인 탄생을 현지 취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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