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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 또 패소…추징금 환수 '난망'

입력 : 2009.02.04 15:49

"120억 맡겼으나 소비임치 해당"


노태우 전 대통령이 조카 호준 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또 패소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비자금 120억원으로 설립된 조카의 회사를 되찾아 미납 추징금을 내기로 했던 터여서 300억원 가까운 미납 추징금이 국고에 환수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변현철 부장판사)는 4일 노 전 대통령이 호준 씨를 포함해 냉동회사 오로라씨에스 이사들의 지위를 박탈해달라고 낸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쟁점은 노 전 대통령을 회사의 실질적인 주주로 볼 수 있느냐인데 노 전 대통령은 (비자금을 맡긴 것이) 위임 관계임을 주장하지만 법률상 소비임치에 소송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동생에게 돈을 맡기며 구체적 관리 방법을 언급하지 않았고 회사 설립 이후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점 등으로 보면 120억원을 갖고 있다 돌려달라는 취지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임치란 어떤 사람이 다른 이에게 돈이나 재산을 맡기는 것 중 하나인데 받은 쪽은 이를 마음대로 써도 되지만 맡긴 사람이 달라고 요구하면 그만큼을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달리 말하면,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을 동생이자 호준 씨의 아버지인 재우 씨에게 넘긴 순간 그 돈은 재우 씨의 소유가 되고 이 돈으로 만들어진 오로라씨에스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비자금으로 세운 오로라씨에스의 실질적 주인임을 주장하며 낸 소송에서도 같은 논리로 패소판결했다.

수원지법도 지난달 9일 노 전 대통령이 호준 씨를 상대로 "회사 부동산을 헐값에 팔아 회사에 입힌 손해 중 28억9천만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한편 국가는 노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받아내기 위해 비자금을 받았던 재우 씨에게 120여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2001년 서울고등법원은 국가의 손을 들어줘 이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비자금으로 설립된 오로라씨에스는 재우 씨의 아들 호준 씨 등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여서 국가는 재판 결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재우 씨 이름으로 남은 다른 재산을 처분해 50여억원만 환수하고 나머지 70여억원을 받아내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따라서 최근 나온 일련의 판결이 확정되면 노 전 대통령은 별다른 재산이 남지 않은 재우 씨를 통해서만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어서 오로라씨에스를 팔아 미납 추징금을 더 낸다는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검찰은 작년 10월 노 전 대통령의 추징금 12억원을 마지막으로 추가 환수한 것을 포함해 2천628억원의 전체 추징금 가운데 2천339억원을 환수해 미납 추징금은 289억원에 이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