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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가뭄 심각…한국경제, 유동성 함정에 빠졌나?

정형택

입력 : 2009.02.02 16:55|수정 : 2009.02.02 17:49


글로벌 경제 위기로 촉발된 신용 경색을 풀기 위해 시중에는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됐지만,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들은 여전히 돈 구하기로 어렵다며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한국은행은 시중에 22조 원을 풀었습니다. 유동성 공급을 늘려 바닥까지 돈이 돌게 하기 위해섭니다. 그러나 은행들은 대출을 늘리는 데 인색했고, 그나마도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에 집중됐습니다.

한은에서 연 2.5%로 돈을 빌려와서는 대출을 늘리는데 쓰지 않고 3%대의 이자를 지급하는 초단기 금융상품 MMF(머니마켓펀드)에 돈을 넣어두는 실정입니다. 지난달 기준으로 MMF 총 설정액은 100조 원을 훌쩍 뛰어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책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풀어도 바닥까지 돈이 충분히 돌지 않자 금융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자들에 대한 대출을 꺼리는 이유는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섭니다.

정부는 외환위기 사태 이후 은행들에게 자기 자본을 확충할 것을 꾸준히 지시해왔습니다. 사실상 BIS 자기자본비율을 국제결제은행의 권고치인 10%보다도 높은 12% 유지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자연히 BIS비율이 낮아질 것을 우려한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줄이게 된 것입니다.

또, 최근 단기간에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는 것 역시, 은행들의 공격적인 대출을 막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지난해 자기자본을 늘리기 위해 후순위채와 하이브리드채권 같이 5~7%의 고금리를 주는 은행채 발행을 늘렸습니다. 은행들은 운용자금의 60~70% 정도를 은행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리 급락으로 인해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  CD금리가 역대 최저인 2%대까지 떨어지자 조달비용이 운용수익을 초과하는 역마진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돈을 빌려줄수록 손해라는 얘깁니다.

결국, 시중의 돈 가뭄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합니다. 물론, 위기 상황일수록 은행의 건전성은 강조돼야 합니다. 은행이 도산할 경우에는 연쇄적인 다른 은행들의 파산, 이른바 뱅크 런 사태로 이어져 금융은 물론, 경제 전반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은행들은 외환 위기 이후 자본 확충을 통해 충분한 건전성을 확보했습니다. 금융당국도 그 만한 감시, 감독 기능을 갖췄습니다. 결국, 금융당국도 조만간 BIS 비율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