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테마파크 고집하다 3차례 MOU 허사
부산시가 2일 두바이 알알리그룹과의 실시협약을 공식 해지하면서 동부산관광단지 조성사업이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006년 3월 미국 MGM사의 콘텐츠를 활용해 영상테마파크를 건립하기로 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본격화된 동부산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지난 해 영국 서머스톤사까지 합치면 그동안 3차례나 양해각서 또는 실시협약이 무산돼 부산시의 추진과정에 대한 비판과 함께 책임소재 규명, 책임자 문책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광단지 예정부지 보상비로 투입된 6천억원에 따른 금융비용만 연간 200억원에 달해 사업추진이 장기간 지연될 경우 시의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부산의 미래를 짊어질 첨단 산업단지'를 표방했으나 땅값 이자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개발해 주거단지로 전락한 해운대구 센텀시티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와 시랑리 일대 367만8천392㎡에 조성할 예정인 동부산관광단지가 이처럼 번번이 외자유치에 실패한 것은 우선 부산시가 세계적인 영상테마파크 유치에 집착하면서 스스로 선택의 폭을 좁힌데다 유례없는 세계금융위기가 불어닥친 것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부산시는 관광단지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집객효과가 높은 테마파크가 필수적이며 영화도시 부산의 특징에 부합하는 영상테마파크가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해 그동안 이 분야의 외국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물색해 왔다.
그러나 대규모 테마파크는 초기에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반면 비용회수 기간은 수십년이나 돼 사업성이 낮다는 지적이 초기부터 제기돼 왔다.
MGM이 양해각서만 체결한 뒤 일찌감치 포기했고 서머스톤사도 낮은 사업성을 내세워 기반시설 설치비용 등 각종 혜택을 부산시에 요구하면서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영상테마파크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 대목이지만 부산시는 두바이에 본사를 둔 알알리그룹이 300만달러를 예치하면서 강한 사업추진의지를 보이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이에 매달렸다.
지난 해 12월 실시협약이 체결되면서 순항이 기대됐지만 때마침 불어닥친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알알리그룹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토지매매계약 등 조건을 이행하지 못해 결국 협약을 해지하고 말았다.
애초부터 관광단지의 방향설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부산시도 뒤늦게 "영상테마파크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민간투자자 선정방식도 기존의 협상에 의한 것 외에 공모와 제3섹터 방식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또 그동안 3차례나 무산된 협상에 의한 민간투자자 선정 과정이 과연 타당했는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시는 "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추진과정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시 의회가 이 문제를 근본부터 따져보겠다고 별도 위원회까지 만들어 조사에 나섰다.
연이은 사업추진 실패에도 불구하고 부산시 고위 공무원 중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경위와 이유가 어떻든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이 연속해서 `좌초'하면서 연간 200억원이 넘는 막대한 금융비용이 발생하고 있는데 대한 책임소재 규명과 관련자에 대한 문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허남식 시장이 2일 기자화견을 갖고 사업추진 실패에 대해 공식사과하고 시민단체 및 시의회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투명하게 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부산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책임소재 규명과 관련자 문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동부산관광단지 조성을 위해 부산시는 지난 해 산하 공기업인 부산도시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해 예정부지에 대한 보상작업을 완료했다.
지금까지 투입된 보상비는 6천억원선.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만 하루 6천여만원이어서 지난해 5월 이후 지금까지 이자만 273억원이고 올해말까지 200억원의 금융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전망이다.
부산시와 도시공사는 앞으로 새로 선정되는 민간투자자에게 이 금융비용을 부담시킨다는 방침이지만 이렇게 될 경우 민간투자자의 사업성이 더욱 낮아질 것이 뻔하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새로운 투자자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마당에 금융비용까지 추가로 떠안게 되면 그만큼 새로운 사업자 선정이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거듭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허 시장도 "금융비용 문제 때문에라도 빨리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부산관광단지 사업이 지연될수록 금융비용은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이는 결국 시민부담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비용이 누적되다보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초 목적했던 관광단지와 어울리지 않는 용도로 땅을 처분하는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는 점을 시민들은 경계하고 있다.
국방부로부터 옛 수영비행장 부지를 매입해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던 해운대구 센텀시티도 부산시가 과중한 금융부담을 이기지 못해 산업용지들을 주거용지로 매각해 초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한 주거타운으로 변질되는 결과를 낳았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관광단지 조성은 부산의 미래가 달린 대규모 사업인 만큼 이제라도 그동안의 추진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고 문제점을 찾아내 바로잡는 동시에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실현가능한 방안을 조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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