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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100만명 시대…"안전한 게 장땡"

김형주

입력 : 2009.02.0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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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5년 12월 도입된 퇴직연금제도의 가입자가 지난해 4/4분기 기준으로 1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백만장자', '백만대군', 일단 전통적인 관념에서 '백만'은 '엄청난 수'를 뜻하다보니, 퇴직연금제도 조기 도입을 주장해왔던 노동부는 나름의 의미를 두고 보도자료를 배포했죠.

2006년 상반기 가입자수가 3만7천명에 불과하던 것이, 3년새 29배가 넘는 백십일만9천명을 기록했으니 '성공적인 정착'이라는 것이 보도자료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퇴직연금이라는 것이 어떤 장점이 있어 급속도로 퍼지고 있을까요?

우선 퇴직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입니다.

기존 '퇴직금'은 매년 회사가 근로자의 임금중 일정부분을 사내유보로 적립했다, 근로자가 퇴직할 때 일시로 지급하는 시스템이었는데요, 회사가 만약 부도가 나기라도 한다면, 근로자의 퇴직금은 떼이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일찌감치 도입한 '연금'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는데요, 회사가 매년 적립해주는 퇴직금을 외부 금융기관이 맡아 근로자의 퇴직때까지 맡아주는겁니다.

이렇다보니 회사가 잘못되는 일이 있더라도, 퇴직금은 그대로 근로자의 몫으로 돌아가게 되죠.

또 다른 장점은 '연계성'입니다.

기존 퇴직금은 회사 이직시에 일단 전 회사 것은 일괄 수령하죠. 그리고 다른 회사 퇴직금은 입사 시점부터 또다시 적립이 시작됩니다.

일단 이직시 발생하는 기간에는 이자가 없다보니,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이직시라도 그 연금계좌 그대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식으로 연금계좌를 전환해 개인 적금계좌식으로 관리하고, 또 다시 퇴직연금 계좌를 틀어 적립해가는 식입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장점은 '연금'이라는 본질적 성격에 있겠죠.

중간정산을 제한해, 정작 돈이 필요한 노후 때, 매달 나누어 돈을 타는 것이죠.

근로자 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그리 손해볼 부분이 없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퇴직연금을 사외에 예치함으로써 퇴직부채 누적으로 인한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고, 연말 법인결산시기 비용처리해 법인세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불어닥친 지난해 4/4분기, 퇴직연금 신규가입자수가 22만 9천 명으로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아무래도 불황속에 기업의 미래가 불안해지다보니, 직장인들도 퇴직금을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퇴직연금'에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이죠.

( 보통 기업차원에서 근로자를 단체로 모아 '퇴직연금'에 가입하지만, 최종 절차는 근로자 동의가 있어야 하고, 또 노조 차원에서 '퇴직연금' 가입을 추천하다 보니, 결국 근로자들이 선택했다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런 취지로 퇴직연금에 신규가입했다는 12년차 직장인 김철규 씨를 만나봤습니다.

김철규 씨에게 회사가 한 해 적립해주는 퇴직금은 5백22만 원, 이 퇴직금은 매년 김씨의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되고, 만약 14년 뒤인 55세 정년퇴직때까지 일을 할 수 있다면 1억6천5백만원의 퇴직금을 일시불이나 연금으로 받게 됩니다.

연금형태로 선택한다면 20년 확정으로는 매달 백여만원. 종신으로는 80여만원을 탈 수 있게 되죠.

[김철규/퇴직연금 가입자 : 퇴직금이 밖에 있는 금융기관에 예치됐을 때 안전하게 지켜지는 부분이 있어서 저도 적극적으로 동의를 하고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퇴직연금이라고 무조건 안전하기만 할까요?

퇴직연금 가입때 근로자는 크게 DB(확정급여)형과 DC(확정기여)형, 두 가지 상품 중에 하나를 골라 가입할 수 있는데요, DB형은 말 그대로 노후를 대비한 '안전성'에 주력한 상품입니다.  계좌 자산 운용을 회사가 관리하며, 손해를 봐도 손해분을 회사가 채워야 하고, 반대로 이익을 얻으면 본래 퇴직금 정도만 근로자에게 주고 나머지는 회사몫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죠.

회사 책임이다 보니 보통 저리의 투자운용을 하게 돼, 불황도 심하게 타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연금을 위탁관리하는 금융기관이 망하지만 않는다면, '떼일 위험'이 없는 상품입니다.

(은행, 보험회사가 취급하는 일부 상품의 경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천만원의 원리금이 보장되지만, 증권회사의 상품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DC형은 연금의 성격에 재테크 성격을 얹은 구조입니다.

기업이 아닌 근로자 개인이 관리하되, 주식이나 채권, 펀드와 연동해 실적배당을 수익으로 얻는 시스템입니다.

경제상황이 나쁘지 않았던 2006,7년 짭짤한 수익을 거둔 DC상품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DC형은 중국, 인도 펀드가 폭락한 지난해 3/4분기와, 주식시장에 국가부도 위기의 공포가 불어닥친 4/4분기 , 무더기 마이너스 수익률 사태를 빚었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퇴직금이 쌓이기는 커녕 날릴 수도 있는 형편입니다.

이에 대해 퇴직연금만 30년째 연구했다는 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권병구/삼성생명 연금연구소 소장 : 젊은 층으로 아무래도 가급적 높은 수익을 노려 DC형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지난해 말 큰 손해를 본게 사실입니다. 금융위기 시에는 아무래도 DB제도, 원금보장형 이런 형태가 더 좋다고 볼 수가 있겠죠.]

지난 4/4분기 DB형 DC형 수익률 모두 합쳐, 0.88%의 수익률로 여타 투자상품보다 안정적이었다고 홍보한 노동부조차 연금상품 선택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단서를 답니다.

[이기권/노동부 근로기준국장 : 너무 높은 수익률만 노려 상품을 선택하다보면 안정된 노후보장이라는 퇴직연금의 본래 취지가 퇴색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어차피 먼 훗날에 탈 퇴직금을 여유 종자돈으로 삼아, 재테크를 해보겠다는 생각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재작년, '내 집 마련의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준다며, 사회복지 취지로 시행됐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수익성'이라는 개념이 끼워졌고, 수많은 부채담보부증(CDO)가 남발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은 커녕 무더기로 '쪽박 차는' 사태가 벌어졌던 선례에서 볼 수 있듯,  현재의 경제환경을 감안하지 않고 큰 욕심을 부리면 안정된 노후보장이라는 퇴직연금을 제대로 건질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편집자주] 사건.사고현장을 누비며 꼼꼼하고 매운 맛의 기사를 전해주는 김형주 기자는 2004년 공채로 입사해 주로 사회2부 사건팀에서 활약해왔습니다. 훤칠한 키에 핸섬한 외모의 김 기자는 취재현장에서 만난 인간 군상들과 사회 부조리 등 젋은 기자가 보고 느낀 많은 것들을 담은 개인 블로그도 운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