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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1년] ① 화마 딛고 옛모습으로

입력 : 2009.02.01 10:49|수정 : 2009.02.01 11:06

"아직은 준비중"…2012년 말 주변까지 복원


<※ 편집자주 = 국보 1호 숭례문이 방화로 소실된 지 10일로 1년을 맞는다. 숭례문 복구현장에서는 숭례문을 화재 이전보다 더 원래 모습에 가깝게 복원하기 위한 손길이 점점 빨라지고 있지만 화마가 남긴 상흔은 국민들의 뇌리에, 문루의 기둥에 여전히 아물지 못한 채 남아있다. 숭례문 화재 1년을 맞아 복구작업 진행 상황과 문화유산 방재시설 실태 등을 6회에 걸쳐 점검한다>

지난해 2월10일 밤 어처구니없는 방화로 정월 대보름의 달집처럼 타오르던 숭례문이 그나마 온전하게 남겨준 것은 현판이었다.

현판이라도 건져야 한다는 다급한 목소리에 소방관들은 106㎏이나 나가는 육중한 '崇禮門'(숭례문) 현판을 뜯어냈다. 하지만 경황이 없었던 탓에 2층 문루에 걸려있던 현판은 바닥에 그대로 떨어지면서 크게 훼손됐다.

이 현판은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옮겨져 응급 처치를 받은 뒤 1일 현재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실에서 '장기 입원 치료' 중이다.

그 '주치의'인 문화재연구소의 김순권 학예연구사는 "3월 말 보존처리 완료를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38개로 조각 났지만 복원에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지금의 현판 서체가 우리가 확보한 조선후기 때의 탁본과는 달라 원래 글씨를 복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 이후 1년 가까운 노력 끝에 보존처리 완료를 눈 앞에 둔 숭례문 현판의 복원 과정은 숭례문 전체에 대한 복구 작업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즉 화재 이전 상태로 복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제에 의한 왜곡이나 그간의 잘못 복원된 부분까지 바로잡아 원래 모습에 가깝게 한다는 것이다.

◇복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숭례문은 지난 1년 동안 피해 상황 파악과 사후 수습, 복원 계획 수립에 비중을 두었으며 앞으로는 본격적인 복구, 복원에 주력하는 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문화재청은 사고 발생을 기점으로 숭례문 복구에 드는 시간을 5년으로 잡고, 이에 필요한 총예산(2008년도 사고수습 예산 제외)으로 250억원을 책정했다.

특이한 점은 예산 전액이 국고에서 지출된다는 것이다. 국가 지정 문화재와 관련해 소요되는 예산은 중앙정부 7, 지방정부 3 비율로 부담하는 관례에 비추어 볼 때 전액 국가부담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를 문화재청은 "국가가 책임지고 철저한 복원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화재수습과 복구를 각각 3단계로 짜서 진행 중이다. 이에 의해 붕괴위험이 있는 부재를 해체해 수습하고 장기 안전조치를 취하는 사고수습은 지난해 5월30일자로 완료했다. 이후로는 발굴조사ㆍ고증, 설계 단계가 진행 중이다. 훼손된 부재를 분석하고 그 중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부재가 있는지 조사하는 한편 숭례문 주변부에 대한 발굴조사도 한창 실시 중이다.

올 11월께 설계가 마무리되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복구 작업에 나서게 된다. 그 완료 시점은 2012년 12월로 잡았다. 이 기간에는 숭례문 주변을 원래 모습대로 제대로 정비하게 되며, 전시관도 세울 예정이다.

문화재청이 확정한 '복구 기본방향'에 따르면 숭례문은 화재 이전 모습으로 복구하되, 일제에 의해 왜곡된 부분에 대한 '진정성 회복'도 기하게 된다. 그 일환으로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때 훼손된 육축(목재를 받치는 석재) 부분과 일제가 변형한 문루 좌우측 부분 성곽도 복원한다.

복원에 필요한 목재는 산림청 등의 협조를 받아 전국 산림을 뒤지고, 자발적 국민 기증 등을 통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대경목(특대재)은 삼척 준경묘에서 10주를 조달하고 기타 작은 목재는 시중에서 구입하기로 했다.

산림청은 다음달 중으로 국유림 내 대경목의 현황파악 조사결과를 문화재청에 통보할 예정이며, '국민 기증 소나무' 중에서는 167주가 사용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와, 내달 중에 이를 벌목해 건조에 들어갈 계획이다.

화재 현장에서 수습한 부재는 손상 정도를 세밀하게 조사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전시 및 교육용 등으로 분류하게 된다. 화재 직후만 해도 기존 부재는 전부 재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으나, 적지 않은 숫자가 비교적 양호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숭례문 화재가 남긴 것 = 숭례문 화재가 남긴 것으로 현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숭례문을 포함한 문화유산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시각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유산은 한번 사라지거나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각인시켜 준 것이다.

이에 힘입어 문화유산, 특히 화재의 위험성에 늘 노출되기 마련인 목조건축물의 관리 보호라는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종교단체 등에서는 서둘러 재발 방지책 마련에 착수해, 방재시설 전반에 대한 점검과 그 보완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런 부산한 움직임들이 '일회성'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여전히 사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고건축 전공인 명지대 김홍식 교수는 "누누이 지적했듯이 숭례문 방화사건은 문화재에 대한 '테러'로 봐야 한다"면서 "정부나 우리 국민 모두가 문화유산에 대한 시각을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의 재산, 우리의 자산이자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상속재산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장 출신인 조유전 토지박물관장 또한 "다른 무엇보다 문화재를 우리의 일상생활을 억압하고 규제하는 것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말로만 문화국가를 떠들 것이 아니라, 문화유산을 포함한 문화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