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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위기] ⑤ 현장 반응은 '양분'

입력 : 2009.02.01 10:45|수정 : 2009.02.01 10:46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반응은 `인공호흡기의 무의미한 연장' 또는 `절반의 만족' 등으로 혼재된 양상이다.

일부에선 `최악의 불황에 그래도 2년이 어디냐'는 안도감을 드러내는 반면 결국 2년 뒤에 또 다시 들이닥칠 `데드라인'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가 없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비노조 비정규직' 근로자인 이모(41)씨는 "대량 실업을 막을 묘책이라며 정부가 방안을 내 놓았다지만 아무런 기대도 없다"고 말했다.

'대리전'이나마 치러 줄 조직도 없는 처지인 그는 "비정규직 자체가 고용 불안정성을 함축하는 것인데 사용기간을 연장한다는 것이 과연 고용안정을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정부 정책이 오히려 비정규직 문제의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씨는 "근무하는 공장 내 비정규직들 사이에서 기성 정당들을 불신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실업대란을 막고 비정규직 고용안정을 위한다'는 기만적인 말보다는 비정규직 전면 철폐 같은 근본적 대책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시내 모 대학의 기간제 행정직 조교 서모씨는 "7년동안 비정규직으로 살아왔는데 더는 정부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푸념했다.

그는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면 대학 졸업 뒤 28살에 회사에 들어갔다 32살에 나오게 된다는 말인데 직장에서 쫓아내면 그 나이에 어디를 가라는 말이냐"고 되물으며 "말이 좋지 `조삼모사'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말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계안정을 원한다면 차라리 비정규직 보호법을 폐지하면 된다"면서 "사용자들이 4년간 마음대로 부려먹다 내쫓아도 된다는 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성토했다.

공기업에서 10년째 비정규직으로 있다는 김모(39)씨도 "2년 뒤에 칼을 맞느냐 지금 맞느냐 하는 것"이라며 "어차피 지금 해결하고 가야 할 문제"라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계약해지를 코 앞에 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부 법안을 받아들이는 게 현실적으로 더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김모(44.여)씨는 "우리같은 서비스 중심의 업종은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100% 계약이 해지된다고 보면 된다. 정규직보다 급여도 적고 복지도 미미하지만 나로서는 정부 법안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 나이에 새로운 일자리를 얻는다는 게 쉽지 않다"면서 "차라리 고용 기한이 연장돼 3∼4년간만이라도 일자리를 보장받으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같다.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우리같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백화점 판촉사원으로 있는 박모(53.여)씨도 "정부가 파견직 사원들이 일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의도는 좋아보인다"면서 "파견범위를 확대하는만큼 비정규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도 함께 내놨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씨는 "4대 보험도 가입이 안 된 내 경우를 봤을 때 열악한 일자리를 대책없이 늘리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면서 비정규직 법안 개정에 따른 문제들이 과거처럼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양분된 의견과 무관하게 현장에서 확인되는 일관된 분위기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예외없이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비정규직인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내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문제점'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이들 대부분은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아무런 얘기도 하려 들지 않았다.

한 섬유업체에서 만난 기간제 노동자는 "우리가 아무리 떠들어본다 한들 바뀌는 건 아무 것도 없다"면서 공장 내에 팽배한 불신감을 전했다.

그는 "힘없는 비정규직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주어진 일이나 열심히 하며 잠시나마 불안을 잊는 것"이라면서 말문을 굳게 닫았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