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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위기] ④ 경영계 '올인'

입력 : 2009.02.01 10:44|수정 : 2009.02.01 10:47


경영계는 비정규직법 개정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법안 개정 필요성의 설득에 나서는가 하면 유리한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통로를 통해 호의적인 여론 만들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경영계는 무엇보다 비정규직법을 그대로 두면 고용 현장의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이 2년의 사용기간이 끝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보다는 계약해지를 통해 아예 해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일자리 증가 수가 1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극심한 고용부진이 이어지는 현재의 고용 상황에서 오는 7월은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려는 듯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2007년 7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기점으로 일자리 감소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보호법이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는 데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을지 모르지만, 동시에 전체 고용규모를 축소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영계는 경총이 지난해 6월 중순 300인 이상 대기업 104곳과 300인 미만 중소기업 181곳 등 모두 285곳의 기업을 대상으로 비정규직법 시행이 기업인력운용에 미치는 영향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런 논리가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경기요인을 배제하고 비정규직법 자체가 기업의 채용형태와 규모에 미친 영향을 묻는 질문에 조사대상 기업의 39.7%가 비정규직보호법 탓에 비정규직 채용규모를 줄였고 이 중 19.3%만이 비정규직을 줄인 만큼 정규직을 더 채용했다고 대답했다는 것.

또 20.4%는 비정규직 채용을 줄이면서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는 등 전체 고용 자체를 줄이거나 줄일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런 현상은 중소기업에서 두드러져 조사대상의 37.8%가 비정규직 채용규모를 줄였으나 그 감소분만큼 정규직 채용을 늘린 중소기업은 15.6%에 그쳤다.

현재 대기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체의 7%에 불과하고, 93%가량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경총 관계자는 "이런 조사결과는 경영환경이 극도로 불안정한 중소기업이 과도한 고용 규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지를 명백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따라서 경영계는 고용 현장의 실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비정규직법은 당연히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2년 사용기간 제한을 없애거나,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하면 사용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사용자도 양보해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힘쓸 수 있도록 기업 생태계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게 경영계의 생각이다.

이수영 경총 회장은 "비정규직은 경제상황과 관계없이 고용 유연성을 유지하는데 필요하다"면서 "다만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보다 턱없이 낮은 것은 문제가 있으므로 사용자들이 양보해 정규직과 비슷한 수준으로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지금의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비정규직에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한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국내 실물경제 위기로 급속히 번지면서 한계상황에 내몰리는 기업들이 정규직 고용조차 계속 유지하기 힘겨운 상황에서 구조조정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비정규직 감원 카드를 가장 먼저 빼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기간제 근로자들이 현행 비정규직보호법에 오히려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경영계는 나아가 현재 정부에서 검토하는 기간제 사용기간 4년 연장 방안도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비정규직법으로 말미암은 고용 대란의 발생 가능 시점을 일시적으로 미룬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까지 내놓고 있다.

비정규직법 탓에 발생할 수 있는 일자리 감소사태를 완화하려면 단순히 법 개정 차원의 보완이 아니라 고임금, 엄격한 해고요건 등 정규직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노동법 전반을 고쳐달라는 주문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