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0일 대통령과의 원탁대화에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와 관련, "지금은 내정 철회를 할 때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동안 청와대가 내세워온 '선(先) 진상규명, 후(後) 거취 결정'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일하다 실수하는 것은 두고, 일 안하는 사람을 감사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면서 "그래야 공직자가 일을 하지 않겠느냐. 잘못하다가 우리만 당한다는 생각을 심어주면 누가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김 내정자의 거취는 진상과 책임규명이 이뤄진 다음 결정한다는 것으로 지금은 (내정철회를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검찰 수사 결과를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음주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귀책 사유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내정 철회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인사에 관한 한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일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와 시간을 준 뒤 그 결과에 따라 인사를 하는 스타일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지켜져온 불문율에 가깝다.
이 대통령이 이날 "옛날에는 장관이 잘못했다고 신문에 나면 그 사람을 내보내고 했다는 데 그게 옳은 것은 아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조사를 해서 결과에 따라 조치하면 되는데 이 문제를 갖고 정치적 이슈를 만들어 '좋은 기회가 왔다'며 다른 문제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 책임있는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고 야당과 일부 시민.사회단체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언급은 국면 전환을 위한 카드로서 인사를 활용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여권 내부 기류는 김 내정자의 조기 경질 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지도부가 용산 사고의 조기 진압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으나 이를 저지한 것은 이 대통령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원칙 없는 경질은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을 부르고, 법.원칙을 내걸고 있는 현 정부의 노선과도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내부 기류는 일단 김 내정자의 내정 철회 가능성을 내다보는 쪽이다. 진압 지시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참사를 빚은 결과에 대해 완벽하게 비켜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 대통령이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어떤 결론을 내릴지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지만 이번 사고의 귀책 범위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김 내정자의 거취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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