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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탄소경제] ④ 최소한의 난방을 거부한다

정호선

입력 : 2009.01.28 10:12|수정 : 2009.01.31 14:39


편집자주 -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들은 이제 기후변화 대응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이른바 '녹색성장'에 동참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입니다.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독일과 영국 핀란드의 주요 사례를 통해 선진국들의 녹색성장 움직임을 살펴보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알아보는 시리즈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후원 - 언론재단·기후변화센터>

오늘은 독일의 친환경도시 하노버가 손꼽는 자랑거리 중 하나는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에 대한 취재기입니다. 이름도 낯선 '패시브 하우스'... 과연 의미는 뭘까요. 

 

      

▲ 독일 하노버의 패시브 하우스 단지. 패시브 하우스 보급이 확산되면서 최근 지은 집들은 깔끔한 외관에 현대적인 디자인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연료절약형 가옥을 뜻하는 '패시브 하우스'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전기 등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한 난방을 하지 않고도 따뜻한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집을 일컫습니다.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찾아 쓰는게 아니라 최대한 수동적으로 사용한다는 데서 비롯된 말이라고 하네요. 

'패시브 하우스'는 1991년 독일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에너지 절감에 대한 사회적 노력을 일찌감치 시작했던 독일에서는 'passivehaus'라는 이름으로 주택건축기준을 마련했습니다. 독일이 시초인만큼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패시브 하우스를 인정하는 기준은 독일 기준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상 자연상태의 태양에너지 외에는 따로 난방이 필요없도록 지은 주택으로 연간 소비되는 단위면적당 난방에너지가 15kWh/m2 이하인 주택을 일컫습니다. 

이어 다른 유럽국가로 확산돼 오스트리아에서는 Haus der Zuhunft(house of future, 미래의 집), 스위스에는 Minergie(최소에너지)를 강화한 Minergie-P가 등장했습니다. 현재 다른 국가들로 퍼져 현재 약 1만5천채가 지어져있습니다. 패시브하우스의 진원지 독일에선 활용도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어 프랑크푸르트에선 이 공법으로 지어진 학교까지 생겼습니다. 초기엔 자재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이 상당히 높았지만 이제 많이 하락해 현재는 일반주택 지을때보다 5~7% 정도만 더 돈이 든다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난방을 하지 않고도 겨울철을 날 수 있을 정도로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처음 하노버시 크론스버그 마을의 패시브 하우스를 찾기 전에는 저 스스로 과연 현실성 있는 얘기일까 의문을 갖지않을 수 없었습니다.  

      

▲ 크론스버그 친환경 마을 단지 안에는 패시브 하우스 32채가 있었습니다. 30~45센티미터에 달하는 외벽은 내부 따뜻한 공기가 나가는 것, 외부 차가운 공기유입을 완전히 차단합니다. 좌측은 패시브 하우스 단지 앞의 상징물. 상단에 단지내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이 표기돼 있습니다.

일단 무조건 외벽은 30센티미터 넘는 두께로 절연체를 써서 지어야 합니다. 패시브하우스는 외벽이 45센티미터에 이르는 경우도 있을 정돕니다. 벽과 바닥에는 단열재를 여러겹 시공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지붕에는 태양열 기기를 달아서 생산한 열은 저장돼 혹한과 같은 비상시 난방에 사용합니다.태양열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택은 모두 '남향'으로 짓는 것이 원칙입니다. 

내부의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완벽히 차단함으로써 가전제품에서 발생하는 열과 사람의 체온만으로 실내 공기를 데울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공기를 묶어두기 위해서는 창문이 중요합니다. 창문은 모두 세겹의 유리로 만들어져있고, 유리와 유리사이는 아르곤 가스를 채워 열 전도를 차단하는 원리입니다.  

 


◀ 패시브 하우스의 공기흐름 원리. 외부공기는 아래로 들어가 땅속열로 데워진뒤 집안으로 유입되고 집안공기는 다시 밖으로 순환 배출되는 환기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장 드는 의문은 '공기가 통하지 않으면 환기는 어떻게 할까?' 입니다. 이 의문에 대한 해답, 패시브 하우스의 환기 시스템이 제 생각엔 가장 경쟁력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환기는 별도의'중앙집중식 환기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외부의 찬 공기는 건물 지하를 통과하는 환기관을 통해 지열로 데워진 뒤 실내에 유입됩니다. 외부의 찬 공기가 지나가는 관은 환기시 외부로 빠져나가는 실내의 더운 공기가 지나는 관과 묶여있어 자연스럽게 덥혀지게끔 설계돼있습니다. 여름에는 반대로 외부의 더운 공기가 지하의 유입로를 통해 식혀져 차가워진 뒤 실내로 공급됩니다. 

최소한의 난방을 거부하는 패시브 하우스가 가장 중요한 난방 수단으로'체온'을 꼽을수 있는 것은 바로 이 같은'공기차단 + 자동 환기' 시스템이 공존하기에'친환경' 이름을 붙일 수 있었던 겁니다. 

성과는? 대단히 놀랍습니다. 

전통적 방식보다 무려 10~20% 정도만 에너지 비용이 듭니다. 난방비가 월 10만원 나왔다면 1만원 내외만 비용이 청구되는 겁니다. 

당연히 거주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카타리나와 하트무트 붐 부부는 "처음엔 상당히 의심이 들었다. 과연 성과가 있을까.  하지만 지금 50% 에너지를 덜쓰고 난방비의 경우 10분의1밖에 안쓴다. 공기를 가두니까 어떻게 환기를 시키나 걱정됐는데 시스템 설계가 아주 잘돼있다. 온도도 일정하게 유지돼 결코 이사하고 싶지 않다!! '고 얘기하더군요. 

      

▲ 하노버 시내에 있는 또다른 패시브 하우스 단지. 상당히 오래된 건축물로 우리나라로 말하면 빌라 형태의 공동주택입니다. 위 사진은 재건축 전, 아래는 리모델링 후. 건물을 허물지 않고 외벽을 두껍게 하고 삼중창을 설치하는 등 패시브하우스 건축공법을 도입해 과거 난방비용의 10분의 1수준의 고효율 주택으로 리모델링에 성공했습니다.

 

       

▲ 하노버시는 리모델링을 통해 이산화탄소 저감에 성공한 건축물에 위와같은 인증표지를 붙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시범적인 패시브 하우스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충남 홍성군, 강원도 홍천군,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등 곳곳에 개인적인 관심으로 시도한 집들이 점차 패시브하우스의 효용을 서서히 알리고 있습니다. 

      

▲ 강원도 홍천군 내면 율전리 살둔 마을의 패시브 하우스. 외부 기온 영하 10도에 난방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내부 온도는 19.5도. 패시브 하우스를 독학해온 이대철 씨가 혼자 만든 작품. 사진 출처는 한겨레.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태양열 집열기, 덧문, 단열패널, 열 회수형 강제환기 장치.

하지만 아직은 극히 초기단계에 머물러있을 뿐입니다. 정부는 녹색성장 비전에서 패시브 하우스를 비롯한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지원 계획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통상 패시브 하우스 거주자들은 초기 들어간 추가 건축비용은 4~5년 에너지 비용으로 충분히 뽑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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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패시브 하우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처럼 아파트, 공동주택이 많은 거주환경에서는 패시브 하우스의 효용을 극대화 할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거주 면적인데요. 외벽두께를 45센티미터까지 두껍게 하면 자연히 실내 면적이 줄어들수 밖에 없고, 건축비가 많이 들어 주민도 건설사도 선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패시브 하우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 홍보와 실효성있는 정부 지원책이 담보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패시브 하우스가 '소수의 대안적인 주거형태'가 아닌 '에너지 절약을 위한 상당히 유용한 수단'이라는 국민의식이 자리잡을 때 우리나라에서도'반팔 아파트' 대신'겨울철 no 난방 아파트'를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편집자주] 지식경제부와 산업계를 취재하는 정호선 기자는 1997년에 경제지 기자로 시작해 2005년에 SBS에 입사했습니다. 좌우명인 '긍정의 힘'과 함께 오랜 경제분야 취재경험으로 차분하고 정돈된 기사로 활약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