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침체 vs 저금리, 규제 완화 공존
당분간 상승 힘들지만 급락도 없을 듯
설 이후 주택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통상 설 명절은 추석과 더불어 집값의 변수로 작용해왔다. 고향에 다녀온 사람들이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부동산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리면 연휴가 끝난 후 집을 사거나 파는 등 행동에 옮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주택시장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이어서 전망이 쉽지 않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실물경기 침체라는 '악재' 속에서도 정부의 저금리 정책과 규제 완화라는 '호재'가 있어 저울의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장담하기 어렵다.
일단 다수의 전문가들은 설 이후에도 집값이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글로벌 경제 불안감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고 국내 고용 불안, 내수 침체 등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최근 강남권을 비롯한 일부 버블세븐 급매물이 팔린 것은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이며 본격적인 상승세로 보이진 않는다"며 "구조조정으로 고용 불안이 본격화되고 실물경기 침체도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어서 실물이 회복되지 않는 한 집값이 오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또 "지금은 전형적인 박스권 장세"라며 "설 이후에도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수요는 많지 않고, 최소한 상반기까지 침체를 거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면 생산, 고용, 소득이 동시에 줄어들기 때문에 주택수요도 감소한다"며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지수 하락세는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실물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 소득수준이 탄탄한 강남권보다는 저소득층이 살고 있는 강북의 비인기지역과 수도권 공장 지역 인근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선덕 소장은 "개발 재료와 규제 완화 등 호재가 많은 강남권은 설 이후 재료에 따라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하고 특별한 호재가 없는 수도권 외곽이나 비강남권은 약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설 이후 경기침체로 집값이 내려가도 메가톤급의 경제충격만 없다면 과거처럼 단기간에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시중은행의 기준 금리가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2%로 떨어져 있고,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심리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여간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에서는 집을 사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대기수요도 많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집값이 올 상반기에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서서히 회복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형태를 띨 것"이라며 "다만 저금리가 매물 압박 부담을 줄여줘 상반기에도 집값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최근 바닥의 저가 매물이 소진되는 것을 보면 집값 하락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사라진 것 같다"며 "분양가나 입지여건, 개발 재료 등에서 경쟁력이 있는 곳은 수요가 있고, 지방 등 나머지는 외면받는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집값 하락의 골이 예상보다 깊을 것이라는 좀 더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국민은행 PB사업부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실업률 증가, 소득 감소, 수출 감소, 외화 및 원화 유동성 불안 등 악재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며 "미국발 2차 쇼크가 오면 최근 오름세를 탄 강남권 집값도 전 저점 이하로 급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설 직후에는 강남 3개구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해제가 주택시장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설 이후 관계부처 및 정치권과 협의해 강남권의 투기지역 등 규제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강남을 더 이상 투기지역으로 묶어둘 이유가 없어졌고, 강남 주택거래의 물꼬가 트여야 전체 시장의 '동맥경화'가 풀리고 제대로 순환된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투기지역에서 풀릴 경우 강남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지금은 강남을 투기지역에서 해제한다고 집값이 불안해질 가능성은 낮다"며 "이들 규제의 해제 여부에 따라 주택시장 회복 속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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