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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전철련 회원이십니까??

유재규

입력 : 2009.01.26 21:34|수정 : 2009.01.27 20:57


용산 철거민 참사 관련 수사에서 부각된 쟁점은 크게 네가지입니다.

우선은 불이 왜 낫는가란 점입니다.

농성하던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만들기 위해 망루 안에 많은 시너를 갖고 있었고 이 시너에서 증발한 유증들이 밀폐된 공간을 꽉 채우고 있었기에 불똥이 하나라도 튀었다면 불이 크게 나는 건 당연지사인데요.

과연 최초 불똥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쉽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문제에 따라 화재의 책임이 누구에 있느냐가 가려지는 극도로 민감한 문제이므로 검찰도 민변 등 진상조사위도 쉽사리 결론을 못 내고 있습니다.

다음은 화재 원인과도 관련이 있는 건데요.

과연 경찰의 진압 작전이 적절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경찰 특공대를 투입하면서 농성자의 안전을 제대로 고려했는가에 대한 부분인데요.

이 부분은 국회의원들이 경찰 측의 기록을 공개하면서 경찰이 매일 두드려 맞고 있죠.

심지어는 경찰이 철거 용역들과 합동 작전을 펼쳤다는 철거민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경찰 무전까지 공개된 상태라 경찰 측이 책임 논란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론 보다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이런 일들이 용산 4구역에 국한된 문제냐? 그렇지 않습니다.

당장 참사 현장에서 길 하나 건너면 있는 용산역 앞 사창가...

이곳도 용산 2구역으로 개발이 될 텐데...똑같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결국은 한국에서 재개발과 보상이 이뤄지는 메카니즘 자체의 문제이죠.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비슷한 갈등은 수시로 터져나오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집중해야 할 문제이죠.

그만큼 워낙 복잡한 일들이 얽혀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수사기관이 할 일이라기보단 행정부가 정책 차원에서 해결해줘야 할 문제죠.

마지막으로 검찰이 겨누고 있는 곳이 전국철거민연합, 즉 전철련입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도로에 화염병을 던졌으니 수사기관의 입장에선 엄연히 불법 폭력 시위입니다.

사실 저도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매일 구청 앞에서 집회하던 분들이 어떻게 망루까지 쌓고 화염병을 던질 생각을 했을까였는데요.

앞 포스트에서도 썼듯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몰리게 된 생존의 절박감이 가장 큰 원인이겠죠.

하지만 절박하다고 해서 모두가 화염병을 드는 건 아닙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집회를 주도한 게 순수한 지역 세입자가 아닌 다른 조직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전철련을 지목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을 만날 때마다 물었습니다.

당신은 전철련 회원이십니까??

'예'라고 대답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처음 재개발 계획이 나오고 감정평가가 끝나 보상금이 통보됐을 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전철련에 가입했다고 합니다.

거대 조직을 상대하기 위한 개인의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죠.

하지만, 전철련은 전국 조직이고 연대 조직이다보니 회원들이 다른 지역으로 연대 투쟁도 종종 나가야했습니다.

이 때문에 1년만에 용산 4구역에서의 가입자는 70% 넘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전철련에 가입했다가 나온 세입자들은 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전철련의 활동 방식에 자신들은 어울리지 않아 나왔다면서도 막막한 보상금을 받았을 때 그래도 기댈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들을 갖고 있더군요... 

제 생각으론 전철련이 폭력 시위를 벌였다는 건 수사기관에겐 중요한 사안이겠지만, 이 사안에서 본질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어떤 형식으로든 폭력은 잘못된 것이고 도심 한복판에 화염병을 던졌다는 건 욕 먹어 싼 일이죠.

그러나, 무엇이 그들에게 화염병까지 들게 한 것일까를 생각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 싶습니다.

  [편집자주] 유재규 기자는 2005년 SBS 기자로 입사해 국제부를 거쳐 사회2부 사건팀 기자로 취재 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취재로 우리 일상의 사건.사고와 숨은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