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의 유용성이 분명하게 확인된 자리였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3일 방북중인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6자회담의 진전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을 두고 외교전문가들은 "6자회담의 동력이 재충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6자 수석대표회담이 열린 이후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했던 6자회담이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유용한 협상틀이 될 수 있음을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즉각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우드 대변인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인준청문회에서 분명히 밝혔듯 6자회담은 장점이 있으며, 다시 말하건데 대북정책과 관련 검토를 있을 것이지만 새 정부는 물론 다른 국가 정부 역시 북한과 다시 대면하기를 원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오바마 정부들어 처음으로 북핵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 계속성을 공식 밝힌 것으로 풀이됐다. 향후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이 어떤 형태로든 기여할 것이라는 얘기다.
6자회담의 핵심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이 6자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드러낸 것은 고도의 전략적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북.미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도 6자회담의 유용성에 공감하고 있다.
왕 부장이 오바마 정부 출범 시점에 맞춰 평양 이벤트를 준비한 것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계산이 읽혀진다. 다시말해 북한 핵문제를 고리로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6자회담 만한 기제가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한국도 새로운 미국 정부와의 관계설정, 그리고 남북관계의 흐름 유지에서 6자회담이 매우 유용한 공간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북핵 불능화의 마지막 단계인 미사용연료봉 처리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지난 15∼19일 정부 실사단을 북한에 파견하는 등 실무급 접촉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23일 "6자 틀은 북핵문제뿐만 아니라 지역안보체제를 위해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 들어서서 가치가 손상되거나 절하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역시 이달 초 한.일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을 중심으로 한 북핵 협력을 재확인한 바 있으며 다음 주에는 사이키 아키다카(齊木昭隆)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방한해 카운터파트인 김 본부장과 회동할 예정이다.
탈냉전 후 '힘'이 빠진 러시아로서도 동북아에서 자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6자회담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동북아평화안보 실무그룹 의장국으로서 실제 다음 달 말 모스크바에서 동북아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다른 5개국과 의견을 교환하는 등 준비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검증 문제와 미국 정권 교체라는 난제와 불확실성 하에서도 각국의 노력과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공전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됐던 6자회담이 예상보다 빨리 재개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북한이 오바마 정부의 전략을 읽기 위해서라도 '2월중이나 가까운 시기에 6자회담을 여는 것이 어떠냐'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핵문제 등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한 오바마 정부로서는 상당기간 시간이 필요한 입장이다.
특히 오바마 정부가 6자회담과 함께 북미 양자 채널 구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추이가 주목된다. 6자회담이라는 다자 협상틀과 북미 양자 협상틀이 동시가 가동되는 새로운 국면이 가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6자회담을 위한 각국의 노력이 상당히 진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차기 6자회담이 이르면 어쩌면 올 상반기내에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