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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교육, 결국 해답은 '선생님'!

우상욱

입력 : 2009.01.15 14:53


광주광역시 하남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안정혜 선생님의 영어 수업은 노래와 춤으로 시작됩니다. "I can, I can(난 할 수 있어, 난 할 수 있어)"이 반복되는 노래를 통해 학생들은 신나게 "영어로 노래도 부를 수 있고, 숫자를 셀 수도 있고, 신체의 이름을 말 할 수도 있고, 게임도 할 수 있다"고 외칩니다. 영어의 세계로 빠져들어가는 신비한 의식 같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오늘은 color(색깔)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말합니다. 물론 모든 말은 영어로만 합니다. 과거 제가 받을 때의 영어 수업 같았으면 이제 교과서를 펴 해당 내용의 영어 구문을 다같이, 또는 돌아가면서 읽고 해석할 시간입니다. 그런데 안 선생님은 그대신 대뜸 magic(마술)을 보여주겠답니다. 보라색 포도주스가 담긴 유리잔을 아래, 위가 뚫린 통으로 가리더니 주문을 욉니다. 학생들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얍! 통을 들어올리자 노란색 주스로 색깔이 바꼈습니다. 선생님은 그 순간 학생들에게 묻습니다. "What is this color(이게 무슨 색깔이죠)?" 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Yellow(노란색)." 빨간색으로 바뀝니다. "Red."

다음은 게임입니다. 3명의 학생이 한 조를 이룹니다. 나눠준 종이에는 여러 다양한 색의 윗도리와 아랫도리, 모자, 신발을 입은 학생들이 잔뜩 그려져 있습니다. 한명의 학생이 인상착의를 색깔을 이용해 영어로 설명하면 나머지 두명이 먼저 맞추는 놀이입니다. 학생들은 웃고 떠들며 신났습니다. 여기저기서 선생님에게 질문이 쏟아집니다. "What is this color?"  

                      

이후에도 교과서와 칠판 필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인형극에, 퀴즈에, 원어민들이 벌이는 상황극을 TV로 보면서 학생들은 계속해서 색깔을 이용한 영어 구문을 직접 말하고, 듣고, 만들어봅니다. 지루해하거나 딴 짓을 하는 학생은 찾을 수 없습니다. 모두 진심으로 수업을 즐기고 있습니다.

어제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열린 영어수업개선 실천사례 발표대회의 모습입니다. 안 선생님은 전국의 많은 영어 선생님들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1등급 평가를 받아 시연회까지 갖게 된 것입니다. 안 선생님께 영어 수업을 준비하는데 있어 주안점이 무엇이냐고 질문했습니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공부와 스스로 재미있어서 하는 공부와 어느 쪽이 더 공부가 잘될까요? 저는 학생들이 영어를 재미있어 하고 수업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매 시수마다 학생들이 영어 수업에 푹 빠져들 수 있도록 하는 재미있는 활동 한가지를 반드시 마련하는데 힘을 썼습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영어 수업을 가장 좋아하고 기다린다고 입을 모읍니다. 4학년 이지담 양의 말입니다. "학원도 조금 다녀봤는데 영어 테이프 틀어주고, 단어 시험만 계속 보고 정말 지루하고 싫었는데요, 학교 영어 수업은 마술 좀 보고, 게임 하면서 놀다보면 저절로 영어를 잘하게 돼요."

하지만, 그 많은 부교재를 직접 만들고, 준비하고, 운용하려면 힘들지 않냐고 안 선생님께 여쭤봤습니다. "물론 처음 준비할 때는 무척 고생했죠. 밤을 꼬박 새워가며 부교재를 직접, 일일이 만들었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일단 어느 정도 과정에 맞는 부교재를 갖춰 놓으니까 수업이 훨씬 쉽고 즐겁게 이뤄지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실력이 쑥쑥 늘고 하니까 다 보상받은 셈이죠."

시연회를 참관한 교육 당국자는 이렇게 전하더군요. "저런 선생님은 그 학교에서 영어를 거의 전담하다시피 하게 되면서 학교의 보물 같은 존재가 됩니다. 저런 선생님 한 분 때문에 학생들의 영어에 대한 관심과 실력이 몰라보게 달라지고, 또 이에 자극받은 많은 동료 교사들이 벤치마킹을 하면서 학교 전체가 활력에 넘치게 되죠. 저런 선생님은 여러 학교에서 모셔가려고 난리가 나죠."

물론 영어 교육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 정부의 적절한 지원 체계 모두 중요합니다. 하지만 역시 열쇠는 선생님입니다. 선생님들이 나서야 우리 아이들에게 실제로 혜택이 주어지는 교육 개혁이 이뤄집니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 당국이 추진하는 영어 수업 개혁의 첫걸음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당연히 선생님들이 더욱 열의를 가지고, 더 좋은 방식의 수업을 개발하고, 더 풍부한 자료를 이용해서, 더 학생들에게 흥미를 주는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부추기는 것입니다. 그저 선생님들을 닥달하고 불이익을 주겠다고 으름장만 놓을 것이 아니라 다른 걱정 없이 수업의 질을 높이는데 매달릴 수 있도록, 또 그런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게 확실한 개혁의 지름길 아닐까요?

학생이나 선생님이나 똑같습니다. "누가 억지로 하라고 시키는 것과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것 가운데 어느쪽이 더 효과가 있을까요?"

 

[편집자주] '보도국의 신사'로 불리는 우상욱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사회, 정치,경제부를 두루 거치며 지금은 사회1부의 교육담당 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성실한 취재로 전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