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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은 왜 미네르바에 열광했나 "신뢰의 위기"

이주형

입력 : 2009.01.09 20:30|수정 : 2009.01.0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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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 던진 파장은 엄청났습니다. 얼굴없는 네티즌에 불과했던 그의 글에 대중들은 왜 그렇게 뜨거운 반응을 보였을까요?

이주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미네르바가 실물 경제에 직접적으로 미친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서정광/LIG증권 투자전략팀장 : 이미 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고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질 것이라는 충격으로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 영향을 줬다라고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네르바가 대중들의 심리에는 큰 영향을 미쳤고 그것이 지나치리 만큼 사회적인 쏠림 현상이라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겁니다.

미네르바가 부각된 건 지난해 하반기 경제가 추락하면서부터, 불황을 온몸으로 느낀 국민들은 새 정부 출범 전후 나왔던 정부의 장미빛 발언들.

[이명박 대통령 : 아마 내년되면 3000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는 미네르바의 말을 믿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믿고 싶어했습니다.

[조석현/회사원 : 정부가 그만큼 처음부터 신뢰감있는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게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배준혁/회사원 : 정부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일부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대리 만족을 시켜줬다는 측면도 있을 것 같고.]

[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정부에 대해서 믿음이 없는 상황에서 더 확실하게 이야기해주는 막연한 뭔가를 기대하기 때문에 미네르바에 대해서 열광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되는 거죠.]

언론도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한 네티즌의 발언을 크게 여론화했습니다.

또 인터넷에서의 익명성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오히려 미네르바에 대한 신뢰를 두텁게 했다는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장덕진/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한국사회에서 공적 신뢰가 지난 한10, 15년 사이에 낮아지다 보니까 인터넷의 논객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일종의 준공적 신뢰의 대상이 되고 있고요.]

시사나 문화 분야에서 시작된 기존 지식 권력의 해체 현상이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보장됐던 경제 분야까지 확산된 거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네르바 현상이 갑자기 일어난게 아니라 믿고 싶은 것과 현실 간의 괴리,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괴리에서 발생한 황우석 사태나 촛불 시위의 연장으로, 한국 사회에서 신뢰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공통적으로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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