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효력정지가처분 기각…내용상으론 인정
환위험을 피하는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에 가입한 기업이 은행을 상대로 해지 의사를 전했다면 이때부터 키코의 효력이 정지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이동명 수석부장판사)는 9일 진양해운이 환헤지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신한은행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시급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재판부는 형식적으로는 가처분을 기각했지만 실질적으로 진양해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금융기관은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상대방에게 적합치 않은 권유를 하지 않아야 하고 거래에 따르는 위험 및 잠재적 손실 등 중요 사항을 상대방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설명 의무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거래를 하게 된 경우 상대방이 위험을 인식하고 감수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신의 원칙에 따라 해지 법리가 적용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진양해운이 1월2일 해지 의사가 담긴 서면을 보낸 만큼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통화옵션계약 구조가 처음부터 해운사에 불리하게 설계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계약 구조가 불공정하다는 신청인의 계약 무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진양해운이 작년 4월부터 가입한 1년짜리 키코 상품의 만기가 곧 도래하고 순이익률이 높은 진양해운의 재무구조 등에 비춰볼 때 시급히 가처분을 받아들여야 할 '보전의 필요성'은 약하다고 보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진양해운은 작년 키코 가입 이후 환율 폭등으로 매달 적게는 1천만원에서 3억원까지 모두 13여억원의 손해를 보게 되자 계약 자체가 무효이거나 최소한 중간 해지를 해줘야 한다며 본안소송과 함께 가처분을 신청했다.
앞서 같은 재판부는 작년 12월 30일 주식회사 모나미와 디에스엘시디가 SC제일은행을 상대로 낸 키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는데 이는 키코 계약 효력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으로, 이번에도 같은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환율이 지정된 상한선을 넘으면 계약 금액의 2~3배를 시장가격보다 낮은 환율로 팔아야 하는 통화옵션 상품으로,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 100여 곳이 계약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낸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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