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플리바게닝(유죄인정 심사) 제도 등의 도입을 위해 형법ㆍ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는데 대해 법원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구속영장 기각 등의 문제로 심심치 않게 다퉜던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 전망이다.
검찰의 계획대로 플리바게닝제와 면책조건부 진술제, 사법정의 방해죄, 참고인 출석의무제가 도입되면 검찰로서는 수사 여건이 대폭 개선되겠지만 법원이나 시민단체 등은 검찰 권한을 강화하는 '수사 편의주의적 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검찰 "수사환경 변화에 실용적 대처" = 수사환경이 인권 중심으로 바뀌면서 플리바게닝제 등이 도입될 시점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예를 들어 자금추적이 안되는 현금을 건넨 뇌물사건의 경우 목격자나 당사자가 '입'을 열지 않으면 과학수사도 소용없기 때문에 플리바게닝제 등이 필요하고 재판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실용적' 방안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검찰 수사 때 암암리에 이뤄지는 플리바게닝제를 정식 법제화하고 당사자가 다투지 않는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대신 중요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하자는 논리다.
특히 미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이미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고, 사안별로 법원의 판단이나 승인을 받기 때문에 권한이 남용될 우려도 없다는 주장이다.
◇법원 "법관의 재판권 침해" = 법원은 플리바게닝과 면책조건부 진술제가 도입되면 수사기관에서 사실상 유·무죄와 형량이 결정돼 법관의 '재판권'과 국민의 '법관에게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입장이다.
또 검찰이 추진하는 제도들이 수사의 효율성을 높일지는 모르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피고인이나 참고인의 지위를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플리바게닝이 도입되면 피의자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해 자백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등 진술에 의존하는 수사 관행이 더욱 고착화되고, 자백이 '증거의 왕'으로 복귀해 공판중심주의 원칙이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2005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를 할 때 플리바게닝 등의 도입 여부를 검토했지만 고심 끝에 제외키로 한 결정을 불과 3∼4년 만에 뒤집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학계·시민단체 '시기상조' =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크다.
하태훈 고려대 법대 교수는 "법치국가가 피의자와 협상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검찰이 도움을 요청해야 할 참고인에게 출석을 강제하고 진실만 말하도록 하는 것 또한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은 "플리바게닝은 미국처럼 실용주의적 사고가 자리잡은 국가에서는 성공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진실을 중시하는 국가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 충분한 논의 없이 플리바게닝을 도입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참고인에게 출석을 강제하고 허위진술을 할 경우 처벌한다는 것은 가만히 앉아서 수사하겠다는 발상으로, 결국 검찰 권력의 강화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보학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은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은 기소만 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검찰이 수사·수사지휘·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어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제도로 악용될 수 있다"며 "플리바게닝을 하려면 검찰이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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