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인가 경기회복인가.
혹자는 이번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대공황보다 더 큰 놈이라고 진단한다.
지금의 경제상황은 태산이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형국 이란다.
넘어야 할 태산을 앞에 두고 이 산이 앞에 있는 줄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얘기한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고. 모든 것이 빨리 변하는 디지털 시대.
역사의 기록이 존재하고, 그 기록을 근거로 모든 정책적 수단을 갖추고 있는 것이 현대 사회라는 것이다. 앨빈 토플러의 말대로 현대사회는 모든 일이 역동적으로 전개되는 사회이고, 그만큼 변화도 빠른 만큼 이번 경제위기도 빨리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이다.
세계적인 경기부양 공조로 결국 디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고, 올 하반기부터 경기도 점차 회복세를 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예전 대공황 때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기위한 정부의 대책이 늦었고, 그러는 사이 수많은 은행들이 쓰러지면서 경제가 재기불능 상태에 빠졌지만, 이번 위기에서 리먼 브러더스를 제외하고 쓰러진 대형 금융기관은 없다는 것이다.
자본확충이 진행되면서 현대경제에서 금융시장이 실물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금융시장을 진작시키면 실물경제의 부양도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 위기도 결국 금융의 위기에서 발생했으니까.
그렇다면 파산할 자를 파산시키지 않는 미국식 경제위기 해법은 성공할 수 있는 것인가.
지금의 경제위기는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려진 부동산 가격 거품의 붕괴에서 시작됐다.
돈을 빌려 미래의 부를 미리 소비하면서 초과수요가 생겼고, 여기에 맞춰 초과공급도 생겼다. 그런데 어느 날 사람들이 초과수요를 자각하게 되고, 거품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총수요가 급격히 감소해 수급불균형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파이낸싱 또는 레버리지를 통한 과소비가 한계에 이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세계는 이런 초과공급 상태가 해소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은 공급사이드에 대한 구조조정을 최소화 하고, 다시 수요를 진작시켜 경제회복을 꾀하려고 막대한 돈을 투입하고 있다.
결국 올해의 경기회복 가능성은 자산가격의 거품을 다시 형성시켜 디플레이션을 막고, 富의 효과(wealth effect)를 다시 창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니면 총수요를 창출할 신흥국가가 출현하거나, 대규모 전쟁을 일으키거나...
하여튼 올 우리경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하반기 기술적 반등도 가능할 것 같다.
지난해 상반기 경기가 고점을 형성하고 하반기 고꾸라졌던 만큼, 하반기가 되면 각종 지표가 기술적 반등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기대감에다 대규모 재정투입으로 상반기 금융시장이 호조를 보일 수도 있다.
각국의 유동성 투입으로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가 사라지고, 부도위험 기업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진행되면서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경기회복국면이 내년으로 이어지면 세계경제는 위기극복 국면에 진입한다.
거시경제를 운용하는 현대 경제학의 승리라고도 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 등 일부 소규모 국가의 부도만내고 큰 희생자 없이 세계경기가 다시 순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수 있을까.
이번 경기침체가 돈을 풀고, 각종 국책사업을 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는 규모일까.
이미 부채가 천문학적으로 커져 있는 상황에서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주장도 있다.
지금 선진국 경제는 마이너스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1/4분기 5.8%, 2/4분기 4.8%, 3/4분기 3.8%에 이어 4/4분기 0.6%로 추락한 우리경제성장률도 올 1/4분기에는 마이너스로 꼬꾸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총수요가 감소한다고 그 안에 있는 무수한 경제주체들이 다 망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추워도 살아남는 강자는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국가이든 기업이든 가계이든 혹독한 겨울을 견디는 경제주체에게는 더 큰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누구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위장된 축복(disguised blessing)'이라 했다.
하지만 그 축복은 위기에서 살아남은 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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