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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신년사설 발표…올해 남북관계 쉽지 않을 듯

안정식

입력 : 2009.01.02 09:01|수정 : 2009.01.02 09:02

대남 비난 강화, 대미 비난은 없어…대내 단속은 강화할 듯


북한이 2009년 1월 1일을 맞아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명의의 공동사설을 발표했습니다. A4 용지 12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양인데, 북한에서는 매년 이 방대한 분량의 '신년 공동사설'을 모두 다 외우기 위해 난리법석을 떤다고 합니다.

공동사설의 주요내용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칭송과 김 위원장 중심의 일심단결 강조, 올해의 중점 추진과제 등인데, 주목할만한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올해 남북관계 여전히 쉽지 않을 듯 

 먼저, 올해 남북관계가 여전히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북한은 공동사설에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전면부정하고 파쑈독재시대를 되살리며 북남대결에 미쳐날뛰는 남조선집권세력의 무분별한 책동"으로 "온 겨레의 치솟는 분노와 항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남한 정부를 맹비난했습니다. "숭미사대주의와 동족에 대한 적대의식에 사로잡혀 자주통일의 시대적흐름에 역행하는 반통일세력의 책동을 단호히 저지파탄시켜야" 하며, "남조선 인민들은 ... 사대매국적인 보수당국의 파쑈통치를 쓸어버리며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투쟁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올려야 한다"고 했는데, 북한이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한 정부를 맹비난한 것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그러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자체의 힘으로 먹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상한 각오를 가지고 올해 알곡생산목표를 점령하는데 총력을 집중"해야 하며, "전군중적으로 유기질 비료를 생산하여 농촌에 보내주어야 한다"고 했는데, 남한으로부터 쌀과 비료를 받지 않을 각오를 하고 올해를 버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도 들립니다.

미국 비난 내용 없어... 북, 미국과 대화 의지 밝혀 

반면, 북한은 이번 공동사설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은 싣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대외정책의 정당성"이 "힘있게 과시되고 있"다며, "우리(북한)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혀, 비핵화 문제를 놓고 미국과 대화에 나설 의지가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쉽게 말해, 남한과는 상대를 하지 않겠지만,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와는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한미공조'를 튼튼히 해서 북한의 이러한 '통미봉남' 전략을 막겠다고 하는데, 내년도 한반도 정세도 상당히 갑갑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사회 전반에 대한 검열, 단속 강화할 듯 

이 밖에 북한은 "제국주의의 사상문화적 침투와 심리모략전을 단호히 짓부시고, 온 사회에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더욱 철저히 확립해나가야 한다"고 밝혀, 사회 전반에 대한 검열과 단속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즉, 시장의 확산과 같은 자본주의적 요소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뜻이겠지요. 

그렇다면 북한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경제를 재건시키겠다는 것일까요? 북한의 신년 사설은 여기에 대한 답을 '천리마 운동'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후 천리마대고조를 일으키던 그때처럼 온 나라 전체인민이 당의 두리에 한마음 한뜻으로 굳게 뭉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기 위한 진군의 나팔을 불며 총공격전을 과감히 벌려나가야” 한다는 게 신년 사설에 나온 북한의 주장인데, (좀 심하게 말하면) 열심히 삽질한다고 경제가 재건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지금의 '남한 정세'와 신년 공동사설로 살펴 본 '북한의 올해 대남전략'으로 미뤄볼 때, 올해 남북관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신년 공동사설을 살펴보면 북한이 북미관계는 잘 해보려고 하는 것 같지만, 남북관계가 잘 안되는 상황에서 북미관계만 잘 된다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모든 것이 잘 안되는 상황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높습니다. 아직 새해의 시작에 지나지 않지만, 올 한반도 정세가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선순환 구조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안 되게 막는 악순환 구조로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은 왜일까요? 

  [편집자주] 보도국에서 흔히 '안박사'로 통하는 안정식 기자는 95년 SBS 공채 5기로 입사해 지금은 통일부 출입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통일 문제, 북한 정세와 관련한 오랜 취재와 함께 관련 연구로 박사 학위까지 받은 학구파 기자로 전문성과 깊이있는 분석이 담긴 기사를 전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