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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교수 부인의 3년 이장활동기

입력 : 2008.12.31 11:51

마을기금 '쑥쑥'…인접 마을간 갈등 봉합도


"큰 마을, 작은 마을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데…."

광주지역 유명 대학교수의 부인이 시골 마을에서 3년간 이장을 맡으며 겪은 '좌충우돌' 활약상이 흥미롭다.

전남 담양군 수북면 오정 2구 이장인 서정주(51.여) 씨는 어느덧 '교수의 아내'보다는 '여성 이장'이라는 호칭이 익숙하다.

서씨의 남편은 광주·전남발전연구원장, 한국 NGO 학회장을 지내고 현재 대통령 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인 전남대 행정학과 오재일(56) 교수다.

이들 부부는 1997년 전남대가 있는 광주와 가까우면서도 전원의 한적함을 갖춘 담양으로 이사했다.

10년 가까운 전원생활에 익숙해진 2006년 서씨는 마을 주민으로부터 '이장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오정 2구는 30가구가 사는 '큰 마을'과 20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 길 하나를 두고 갈라져 큰 마을에서 30년 넘게 이장이 배출됐는데, 매번 투표에서 고배를 마셨던 작은 마을 주민들은 서씨를 숙원을 풀어줄 인물로 적극 추천했다.

서씨는 그동안 두 마을 주민들과 쌓아온 교분으로 이장이 되는 데 어려움이 없어 보였지만 그 순간을 '마을 통합의 기회'로 여기고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만장일치로 이장을 시켜주면 이장세를 받지 않겠다는 것.

당시 이 마을에서는 한 가구당 1년에 2차례 쌀 한 섬 가격을 활동비 명목의 '이장세'를 내고 있었다.

환영 속에 이장을 맡은 서씨는 다른 마을보다 턱없이 적은 마을기금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서씨는 부녀회를 조직해 텃밭을 빌려 고추와 배추를 키워 내다 팔았고, 300만 원이던 기금은 1년 만에 8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서씨는 '여성'인 장점을 이용해 군에서 주는 여성이장 마을 인센티브도 따왔고, 서씨가 '성님(형님)'이라 부르는 동네 언니들은 노인 급식봉사를 통해 군에서 받은 돈을 기금으로 적립했다.

해가 바뀔 때 마다 "이장직에서 물러나라"는 은근한 압력을 뿌리치고 3년간 마을을 위해 일한 서씨는 1천만원의 기금을 마련하고, 무자년 마지막날인 31일 70세가 넘은 큰 마을 주민에게 이장직을 물려주게 됐다.

서씨는 "크고 작은 일을 벌이면서 싸우기도 하고 상스러운 욕도 듣느라 힘들었지만 마을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을 때는 보람스럽다"며 "다른 사람이 이장을 맡더라도 동네를 위한 일이라면 주민 모두가 발 벗고 나설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담양=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