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폭등세를 보이면서 3년 만에 네 자리로 복귀했다.
세계적 금융위기 여파로 경상수지 적자 등에 따른 외화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한 때 10년 8개월 만에 1,500원을 넘어서는 등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루 변동폭은 외환위기 수준에 버금가는 235원에 달하기도 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환율 불안이 지속되겠지만 하반기 대외 여건과 국내 경제가 안정을 찾아가면서 환율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 환율 3년 만에 네자리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작년말보다 323.40원 급등한 1,259.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연말 환율이 네 자리를 기록한 것은 2005년 이후 3년만에 처음이다.
한 해 동안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절하율은 25.7%로 외환위기 때인 1997년 이후 11년만에 최고치다.
환율은 올해 첫 거래를 933.00원으로 시작해 2월 말까지 930원대를 유지했지만 3월 들어 새 정부의 환율주권론 등에 힘입어 급등세를 보이면서 보름 만에 1,000원을 넘어서더니 7월 초 1,050원대로 올랐다.
당국이 환율 하향 안정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자 환율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장 중 세자리로 밀리기도 했지만 8월 이후 상승세를 재개했다. 9월 초 1,100원을 돌파한 환율은 같은 달 중순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여파로 폭등세를 보이면서 10월28일 1,46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환율은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영향으로 단숨에 1,260원대로 급락하기도 했지만 외화유동성 경색 현상이 심화되자 폭등세를 재개하면서 지난달 24일 1,513원까지 올라섰다.
◇ 외화난 가중…외환위기 방불
올해 환율 급등은 세계적인 금융위기 여파로 외화 유동성이 급격하게 위축된데 따른 것이다.
직접투자수지와 외국인 주식투자는 세계적 신용경색 영향으로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각각 104억 달러와 352억 1천만 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작년까지 10년간 흑자 기조를 보인 경상수지도 올 들어 11개월간 71억 2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외화난을 가중시켰다.
2006년 이후 올해 9월 말까지 수출기업의 선물환 순매도 규모가 1천872억 달러로 같은 기간 무역수지 흑자 규모 165억 달러의 11배에 달하는 점도 외환시장 수급의 왜곡을 초래했다. 수출기업이 나중에 받을 외화를 환율 하락기에 미리 당겨 팔면서 환율 하락세를 가속했지만 정작 수출대금을 받고서는 시장에 내다팔지 않고 선물환 계약 정산을 위해 은행에 상환하면서 환율 상승을 뒷받침한 꼴이다.
외화자금 시장에서도 외화난이 심화되면서 심리적 불안감을 키웠다. 이에 따라 10월10일 환율 변동폭이 10년 10개월만에 최고치인 235원을 기록하는 등 외환위기를 방불케할 정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수출기업들이 환율 폭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당했다. 많은 중소 수출업체들이 키코 옵션에 가입했다가 환율의 이상 급등으로 원금의 2~3배에 달하는 외화를 낮은 가격에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487개 키코 가입 기업의 손실은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율 상승은 물가 불안의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엔화대출자들과 유학생 부모 등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1년 간 엔화 대비 원화의 절하율은 무려 40.70%에 달했다.
이 때문에 당국의 책임론도 등장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전 차관의 이른바 '최강(崔姜) 라인'은 환율 주권론을 주창하다 인위적 고환율 정책으로 환율 폭등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결국 최 전 차관이 경질되기도 했다.
◇ 내년 초 불안 지속…하반기 안정 전망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세계적 신용경색 여파로 내년 초에도 환율이 한동안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중, 한.일 통화스와프 확대와 당국의 매도개입 등으로 최근 환율이 하향 안정되고 있지만 내년 초 당국의 개입이 완화되면 상승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업의 잇따른 도산과 은행권 부실화 가능성 등이 내년 상반기 환율 상승을 부추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완화되고 국내 경제가 저점을 지나면서 환율도 하향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대투증권 김재은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초 잠재했던 매수세가 되살아나면서 환율이 1,300원 부근으로 상승한 채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가 구체화되고 국내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 2분기부터 하향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증권 염상훈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하면 환율 상단이 1,350원 수준에서 제한될 것"이라며 "미국 시장이 차츰 안정을 찾으면 환율도 1,100원을 향해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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