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내년 우리 경제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가도록 할 수 있는 변수 가운데 우리 수출 규모를 좌우할 중국의 내년 성장 전망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 2009 한국경제변수 ① ). 이번에는 내년 우리 내수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가계발 복합불황 위기 가능성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계발 복합불황이라는 말이 좀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기본 시나리오는 이런 악순환 구조입니다.
[경기침체+부동산 거품붕괴] --->[가계부채 상환압력]--->[실물자산+금융자산 매각]
--->[자산시장 위축+신용경색] [가계부실, 파산 증가]--->[내수부진][금융시장혼란]-->[경기침체]
가계발 복합불황에 대한 위기가능성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가계의 재무구조가 취약해진 상태에서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가 현실화 될 경우 실물과 금융 전반에 걸친 복합불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주택담보대출에 크게 의존한 가계의 경우 자산은 유동성이 낮은 실물자산인 반면 부채는 원리금 상환부담을 지닌 금융기관의 장.단기 부채라는 점이죠.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내년 경제여건에서는 이런 구조가 상당한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현재 버블확산이 정지돼 있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점차 붕괴될 경우 가계는 부채 상환 압력에 시달려 실물자산을 매각하려 하고 이는 다시 부동산 가격 하락을 가져오게 되는 거죠. 지금 용인, 분당 등 이른바 일부 버블세븐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런 현상이 좀더 광범위하게 퍼진다는 시나리오입니다. 부채 상환압력에 시달리는 가계는 금융자산도 팔 수밖에 없고 이는 자산시장 위축과 신용공급 악화, 가계부실심화와 개인파산 증가로 이어져 최악의 경우 내수부진이 심각해 지고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 경기침체를 더욱 길게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이런 디레버리징(deleverage) 국면이 가속화될 경우 경기침체에 빠진 미국 사례에서 보듯이 개인빚이 많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자산이 줄었다고 느껴 씀씀이를 줄이고 내수는 더 위축될 수 있습니다. 또 경쟁적으로 가계와 부동산 PF 대출을 해 준 은행 등 금융권이 동시에 어려움에 빠져 신용공급을 순식간에 위축시킵니다.이 때문에 지금 낮은 수준의 부채 연체율 등의 지표를 들어 위기 가능성을 일축하거나 가계부채의 75%가 담보대출이라는 근거를 보며 안심하기에는 이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 사회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중산층 가계의 대출상환 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8년 3/4분기 현재 국내 가계신용 잔액은 676조 3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 증가했습니다. 1997년 말 이후 무려 466조원이나 급증해 있는 실정입니다.
가계 빚 규모 자체만 보면 지난해까지 GDP의 82%를 차지해 ‘빚의 제국’ 이라는 미국보다 낮은 비중이지만,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가계의 가처분 소득(세금빼고 쓸 수 있는 돈)대비 금융부채비율은 GDP의 148%를 넘어 미국, 일본 보다 높고 증가율이 꺾인 미국과 달리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계의 금융부채/가처분 소득 비율

이런 가계 빚은 가계의 금융자산 증가율이 급락 세를 보이는 추세에서도 증가율이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올 들어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상승한 가운데 이렇게 금융부채가 소득이나 금융자산보다 빠르게 늘어나면서 가계의 채무부담능력을 떨어뜨리고 있고 특히 부유층과 더불어 소비의 주요 계층이라 할 수 있는 중산층 가계에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수지 동향'을 보면 중산층 적자 가구가 24.6%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소득 5분위 계층 가운데 중간 3개 계층의 실질소득도 모두 줄었습니다. 통계가 나온 2003년 이후 처음입니다. 이미 지난 9월 현재 1가구 당 가계 빚은 사상 처음으로 4천만 원을 넘어 4054만원을 기록했고, 전체 가계의 절반이 넘는 차입가계의 평균 빚은 중산층 가계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는 8천 3백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문제는 국내은행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거치 기간이 끝나 원금도 함께 갚아야 하는 대출 액이 올해 19조 5천억원에서 2009년 48.6조원으로 급증한다는 점입니다. 이럴 경우 비록 한국은행의 개입으로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CD 금리가 지금은 3%대로 떨어진 상태지만 가계의 부담이 더 커져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중하위계층을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과 같은 새로운 금융불안이 나타날 위험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은행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차입한 가계의 원리금상환부담률(DSR)이 계속 증가세를 보이면서 2008년 6월 현재 20.7%까지 상승했고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지급이자 비율도 2005년에서 2006년에는 7~8% 수준이던 것이 오는 2010년에는 9% 중반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IMF는 지난 11월에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서(Meral Karasulu[2008], “Stress Testing Household Debt in Korea”)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를 고려할 때 금리가 100~300bps 오르거나 실질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10~30% 떨어질 경우 가계 빚 부담률이 12%~21%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실증적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결국 가계부채를 둘러싼 중산층 가계의 여건이 지금보다 악화된다면 내년 한국 경제의 내수회복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은행이 실증분석을(금융안정보고서 제 12호) 해 봤는데요. 가계가 빚을 낸 덕분에 소비증가에 도움이 되는 지 아니면 빚 부담때문에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는 지를 분석한 결과 가계의 금융부채가 늘면 소비가 늘어나는 상관관계가 있기는 하지만 지난 2000~2002년 카드 대란때처럼 가계가 위축되는 국면에서는 유동성 효과보다는 채무부담 효과가 더 커서 소비가 위축이 됐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올 들어서도 비슷한 동반 하락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에게 당면한 가장 큰 문제가 부동산 거품(PF 대출,미분양 포함)과 가계 빚이고 우리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위기 극복과정에서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중산층 회복' 이나 '중산층 확대'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정부가 내놓고 있는 대책들이 이런 변수를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인지 2009년을 위협할 다른 변수들은 없는 것인지는 다음 글에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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