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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무서워서 전기장판도 못 써!"

입력 : 2008.12.29 09:45

방바닥엔 이불 여섯 겹…폐지 10kg 모아 400원 벌어


"전기장판? 전기요금이 무서워서 못 써..."

서울 달동네의 단칸방에서 혼자 사는 안모(79) 할머니는 겨울이 괴롭다. 차디찬 방에서 추운 겨울을 날 생각을 하니 한숨만 나온다.

지난 27일 서울 관악구 신림10동에 있는 안 할머니의 거처.

상체를 60도 가량 구부려야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좁다란 현관문을 지나자 부엌 왼편으로 3∼4㎡ 남짓한 조그만 방이 눈에 들어왔다.

안 할머니의 뒤를 따라 신발을 벗고 방에 한 발을 디디는 순간 방바닥에서 올라오는 싸늘한 냉기가 다리를 타고 온몸에 퍼졌다.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방문을 꼭 닫았지만 방안에 도는 냉기 때문에 머플러조차 풀 수 없었다. 입에서는 말할 때마다 하얀 입김이 새어 나왔다.

회색 모자와 연두색 티셔츠를 입은 안 할머니도 점퍼를 그대로 입은 채 이불 6겹을 포개 놓은 방바닥에 앉았다. 차곡차곡 쌓인 이불 사이에 전기장판도 깔려 있었지만 전기코드를 연결하지 않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전기 요금이) 겁나서 못 써…" 기자가 전기장판을 살펴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이불 위에 앉자 안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안 할머니는 TV, 냉장고, 형광등을 이용할 때만 전기를 사용한다.

TV는 6년째 이곳에서 홀로 사는 안 할머니의 유일한 벗이다. 비록 고장이 나서 9번 채널밖에 나오지 않고 눈이 아플 정도로 화면이 지지직거리지만, TV가 없으면 어떻게 살까 싶단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안 할머니는 소리를 크게 해 틀어 놓고 화면에 아는 연예인이 나왔다고 소녀처럼 즐거워하기도 했다.

안 할머니가 한 달에 쓰는 돈은 전기료 5천600원, 물값 5천100원, 병원비와 약값 4만원, 방세 8만원 이 전부다. 그나마 이 돈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안 할머니의 소득원은 동네를 돌면서 모으는 폐지다. 열심히 돌아다니며 박스를 모아도 10㎏에 단돈 400원을 받는다. 박스가 빳빳하지 않으면 그나마도 100원을 깎아 300원만 쥐여준다고 했다.

요즘은 워낙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많아 버려진 박스를 모으는 일도 쉽지 않다.

"방세 8만원을 내려면 폐지를 부지런히 모아야 해. 그래도 매달 나라에서 그만큼 돈이 나와서 방세는 그걸로 내고 있어."

기초생활보장 지원을 받을 법도 한데 왜 노인연금 8만 4천원만 나오느냐는 질문에 갑자기 안 할머니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자녀가 넷이나 있지만 자신을 찾아 오지를 않기 때문.

"내가 잘 못해줘서 그런지 (자식들이) 안 찾아와. 아무 상관도 없는 남이 날 찾아올 때면 마음이 울적하고 좀 그래. 가끔은 (삶을) 정리하고 싶은 생각도 들어."

추위로 트고 거칠어진 두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인 안 할머니는 작별 인사를 건네는 기자의 두 손을 꼭 잡으며 "어머니에게 잘하라"고 재차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