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014년쯤의 대학 모습을 상상해봅시다. 앞으로 5년 뒤니까 그리 멀지도 않은 미래이지만 변화는 엄청날 것입니다.
『서울 유명 S대생인 한세련 씨는 항상 후문 옆에 있는 교상(敎商) 복합관을 통해 등교를 합니다. 그곳에는 잘 꾸며진 스포츠센터와 유명한 커피전문점, 인기 만점의 빵집 등이 들어서 있기 때문입니다. 우중충한 교문보다 럭셔리한 곳을 지나가니 마음이 한결 산뜻해집니다. 오전 수업이 없는 날은 가끔 위층의 복합상영관에 들려 영화부터 한편 보기도 합니다. 공부와 취업 부담으로 지끈거리던 머리가 한결 가볍습니다. 수업을 후딱 마치고 이 복합관에 마련돼있는 백화점으로 달려갑니다. 대학생 취향에 맞춘 상품들이 많아 어느 백화점보다 기분이 즐거워집니다. 호사스런 아이 쇼핑 끝에 세일 중인 스웨터 하나를 우연히 만나 기꺼이 입양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날아갈 것 같습니다.』
◎영화관으로 등교, 백화점에서 하교?
무슨 객적은 소리냐 하시겠지만 위의 풍경은 말도 안되는 소설이 아닙니다. 실제 앞으로 일어날 일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운용·설립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대학들에게 민간 투자를 끌어들여 학교 건물을 짓는 대가로 대규모 상업시설을 운용하도록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어느 부동산 개발업자가 대학에 건물을 지어 기부하는 대가로 일부 공간을 상업시설로 쓸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사실 이미 많은 대학들이 학교 부지에 지은 건물에 각종 상업시설을 유치해 임대료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교육을 위한 건물에 약간의 편의시설이 들어오는 개념이고 주 고객층도 대학의 교직원이나 학생입니다. 반면 민간 투자를 받아 건물을 짓고 일부 공간을 상업시설화 한다는 것은 수익 극대화를 전제로 할 수 밖에 없는 만큼 대학 구성원 뿐 아니라 외부의 일반인들도 고객으로 삼아야 하고 이는 대학내 시설이라기보다 상업시설이 대학 부지에 세워지는 것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교과부가 이런 안을 내놓은 의도는 이해가 갑니다. 국내 대학 대부분이 재정적으로 열악한 상태여서 세계 대학내 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고 그렇다해서 뻔한 예산에서 대학 지원 금액을 필요한 만큼 늘릴 수도 없으니 대학에 돈이 될만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대신 대학 신설 기준은 오히려 엄격히 해 대학 난립을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말 그대로 양적 팽창은 더이상 억제하고 질 관리를 하겠다는 뜻이죠.
◎ 대학들, '잿밥'에 눈독 들일 수도
문제는 대학들이 이런 교과부 의도대로만 움직여줄까 하는 점입니다. 대학 신입생은 줄어들고 등록금은 올리기 어려워지는데다 기부금을 기대하기 어려운 일부 대학들이 잿밥에 더 논독을 들여 교육보다는 수익사업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그래서 대학교 부지에 민간 업자들이 건물을 짓도록 한 뒤 명목적으로만 교육 시설이라 하고 대부분의 공간을 상업시설로 채워 돈벌이에만 치중한다면 어떻게 막죠? 교육이라는 목적보다 수익 확대라는 수단이 더 우선시 되는 주객전도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는 반드시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설사 교과부의 뜻대로 대학들이 상업시설을 교내에 들이는 대가로 교육 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바람직하기만 할까요? 글 모두에 상상한 모습이 물론 대부분의 대학생에게 적용하기 어려운 극단적인 경우라 하더라도 각자 조금씩 일정 부분 비슷한 모습을 보이게 되지 않을까요? 맹자의 어머니가 장례업자와 시장 근처에서 굳이 떠나 서당 옆으로 집을 옮긴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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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보도국의 신사'로 불리는 우상욱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사회, 정치,경제부를 두루 거치며 지금은 사회1부의 교육담당 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성실한 취재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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