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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오갈 데 없는 IB 인재들

입력 : 2008.12.23 11:50

국내 증권사들 인력풀 확대되자 채용에 '느긋'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IB(투자은행) 인력들이 구조조정 등으로 무더기 실직사태를 맞고 있지만 '귀하신 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무덤덤하다.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계기로 국내 증권사들이 IB 부문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극도로 몸을 사리는 데다 글로벌 IB 출신 인력들의 몸값이 기대한 만큼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IB 인력 채용을 추진하는 증권사들도 인재를 더 싼 값에 채용하려고 시간을 갖고 관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굴지의 IB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글로벌 IB에 몸담았던 인력들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리먼브러더스가 9월 중순 파산한 데다 시티그룹이 지난달 5만여명의 추가 감원을 발표했고, 골드만삭스도 올해 4분기에만 실적악화를 이유로 2천500명을 감원하는 등 미국 월가 발(發) '칼바람'이 매섭게 부는 것이다.

글로벌 IB 출신 고급 인력이 삭풍을 견디지 못해 일자리를 잃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증권사에 먼저 채용 문의를 하며 구직을 시도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은 대체로 느긋한 분위기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IB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거액의 몸값을 제시하며 월가를 동분서주하던 모습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인 셈이다.

대우증권은 당분간 해외 IB 출신 인력들을 채용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세계경제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데다 증시도 좋지 않아 언제 인력 감원문제가 불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IB 인력을 뽑아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며 "글로벌 IB 출신 인력을 당분간 채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역시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증권도 홍콩 현지법인 등에 IB 출신 인력들을 채용할 계획은 있지만, 그 이상 규모를 확대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현재는 회사 내부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는 기간이다"며 "글로벌 인재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까지 충분히 시간이 있다"며 "한 박자 늦춰 여유를 갖고 접근하는 게 좋은 인력을 뽑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IB 인력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삼성증권도 홍콩 현지법인에 IB 출신 50명 정도를 보강한다는 계획이지만 채용 시기는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글로벌 IB들이 일상적인 구조조정 외에 우수 인력까지 줄이는 추세여서 상황을 더 지켜보고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IB 출신 인력 채용을 서두르지 않는 데는 글로벌 경기침체 외에도 해당 인력의 몸값에 낀 거품이 생각보다 많이 꺼지지 않았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국내 모 증권사는 홍콩에서 글로벌 IB출신 인재를 스카우트하려다 7억∼8억원에 이르는 고액 연봉 요구에 스카우트 제의를 철회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다"며 과도한 몸값 요구를 비판했다.

그러나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인력풀 확대에도 IB 출신 인재의 몸값이 기대만큼 내려가지는 않았지만 '칼자루'는 우리가 쥐게 됐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인력 시장의 현주소를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