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과 동일 예상했던 일"…해설서 독도 기술여부 주목
일본 정부가 내년초 개정하는 고등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초안에서 독도와 관련된 기술을 포함하지 않은 것은 양국간 최대 현안인 독도 영유권 문제로 인해 지난 13일 한중일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모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한일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포석이 담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도 내년 1월 중순 연휴 기간을 이용해 한국 방문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도 영유권이 양국간 마찰 소재로 부상할 경우 이런 계획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이명박(李明博)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했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 재임 중인 지난 7월 14일 일본 정부가 중학교 사회교과서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의 영토라는 내용을 포함함으로써 해빙기를 맞았던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됐던 적이 있던 점도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7월 중학교 해설서에 독도의 일본 영유권을 주장한 이후 한국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일본측에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했으며 권철현 주일대사는 사태 이튿날 외무성을 항의 방문한 뒤 귀국했다.
대사관측은 업무 협의차 귀국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대사 소환조치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권 대사는 이후 3주간 한국에 머물면서 일본측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여왔다. 1964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역사문제 등으로 네번째 주일대사 소환이었다.
주일 한국대사관을 비롯한 한국 정부 관계자 및 정치권 인사들도 일본측 정·관계 인사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해 고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에 독도와 관련된 내용을 기술하지 말도록 요청해왔던 점도 일본 정부로서는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일부 극우세력의 독도 기술 포함 압력에도 불구하고 대외관계를 우선,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교과서의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문제는 이제부터가 고비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 7월 문제가 됐던 중학교 사회 교과서 새 학습지요요령 해설서 파문 당시도 중학교 사회 교과서 새 학습지도요령에는 독도 관련 기술이 없었음에도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시했던 만큼 고교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 관련 기술을 포함할 경우 양국 관계는 또다시 걷잡을 수 없는 폭풍 속으로 빠져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이날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고교 학습지도요령 초안이 일본의 독도에 대한 접근 방식 변화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날 초안은 기존 학습지도요령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지 일본 정부가 영토 문제에 대해 한국측에 양보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일본 정부가 내년 중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는 중학교 해설서와 마찬가지로 독도 영유권을 기술할 가능성은 여전한 상태인 만큼 고교 학습지도요령 초안을 근거로 일본의 자세가 바뀌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일본 내부의 상황을 너무도 안이하게 판단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그동안 주일대사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고교 학습지도요령에는 독도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아소 총리가 지지율 20% 붕괴로 고전하고 있는 만큼 외교 영역에서도 가능한 한 분쟁 소지를 만들지 않으려 했을 것이란 점도 이런 예상과 무관치 않았다.
하지만 내년 들어 지지율 정체가 계속될 경우엔 지지율 만회를 위한 마지막 카드로 영토 문제를 꺼내 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자민당의 주요 지지세력인 극우파들의 경우 여전히 역사나 영토 문제에 대한 강경 대응을 당측에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중학교 해설서에 독도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상황에서 고교 해설서에 그런 내용이 빠질 경우엔 한국과의 관계는 한층 개선되겠지만 극우진영의 반발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점에서도 일본 정부로서도 선택의 폭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또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치러질 중의원 선거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승리해 정권을 잡더라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토 문제에 대해서는 여당은 물론 야당도 강경론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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