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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임요환 "신인의 자세로 다시 시작"

입력 : 2008.12.22 16:28


"지금은 명성만 남았습니다.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신인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황제' 임요환(28.T1) 선수가 26개월의 공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군 제대 하루만인 22일 오후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임 선수는 규칙적인 군 생활 덕분에 예전보다 한층 다부지고 의젓한 모습이었다. 간담회에 앞서 포토세션에서도 입을 굳게 다문, 강단있는 표정이었다.

다소 경직된 듯한 그의 모습에 기자들이 "신인같다"며 우스개를 하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신인 같은 게 아니라 신인입니다"라며 새 출발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입대 전 온라인 게임세상을 호령하던 임 선수였으나, 사실 군 복무 기간 명성에 어울릴 만큼 빼어난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현재 순위도 60-70위권을 맴돌고 있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정상 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배어났다.

"공군에서 활동할 때 지는 모습을 많이 보인 탓에 주변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 T1에 복귀함으로써 훈련 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에 충분히 정상권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는 당장 정상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딜 계획은 없다. '왕고참' 선수로서 코칭스탭과 선수단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 팀의 2008-2009 리그 우승에 전력을 쏟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연말까지는 강원도에서 휴가를 보낸 뒤 내년 초 팀에 복귀해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훈련해 나갈 예정이다.

"공군에서 경기를 할 때 정석(定石)보다는 임기응변식 '전략'을 많이 구사했는데, 그 때문에 기본기가 상당히 떨어졌어요. 앞으로 기본기를 새롭게 다져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스포츠 1세대인 임 선수는 30대를 바라보는 '고령'에도 불구, 선수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대 전 다짐에는 변함이 없었다.

"프로게이머의 길을 걷기 위해 공군행을 선택했고, 이런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지도자 제의도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선수생활을 계속할 것이고, 선수생활 할 때 만큼은 결혼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임 선수는 23일 용산경기장에서 열리는 T1-르까프전에 선수로 출전하지는 않지만, 무대에 올라 26개월 동안 복귀를 기다려준 팬들에게 제대 후 첫 인사를 할 예정이다.

다음은 임 선수와의 일문일답.

-- 제대 소감은.

▲어제 제대해 팀원들과 식사를 하면서 팀 운영에 대해 얘기를 나눴지만 군복을 입고 있었던 탓에 휴가나온 느낌이었다. 오늘 이렇게 SK텔레콤 유니폼을 입으니까 확실히 제대한 느낌이 든다.

-- 향후 훈련 계획은.

▲연말까지는 강원도에서 휴가를 보내고 내년 초부터 연습에 복귀에 본격적인 훈련에 나설 계획이다.

-- 공군 복무 당시 느낀 친정팀 'T1'에 대해 평가해달라.

▲과거의 주전선수들이 플레잉코치로 전환하는 바람에 선수들간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아 선수들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선수와 코칭스탭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 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인데.

▲프로게이머의 길을 걷기 위해 공군행을 선택했으며, 이런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지도자 제의도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선수생활을 계속할 것이다. SK텔레콤과 남은 계약기간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고 향후 진로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 결혼은 언제쯤 할 생각인가.

▲30대가 다가오면서 결혼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직 (선수로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에 결혼할 생각은 없다. 적어도 선수생활 할 때 만큼은 결혼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물론 일과 연애가 동시에 잘 진행된다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웃음).

-- 향후 목표는.

▲우선 이번 시즌 중반까지는 팀에 적응하고, 후반에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

-- 개인적으로 다시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

▲현재 제 성적이 60-70위권으로 알고 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공군에서 활동할 때 지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그런 우려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T1에 복귀함으로써 훈련 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에 충분히 정상권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팀내 주전경쟁이 치열할텐데, 자신있나.

▲저는 승부욕이 강하기 때문에 경쟁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초반이기 때문에 경쟁보다는, 저뿐 아니라 팀과 동료들이 함게 올라갈 수 있도록 부족한 점을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

-- 현재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기본기가 상당히 떨어져 있다. 공군에서 경기를 할 때는 기본적인 운영, 즉 정석대로 하기보다는 임기응변식 전략을 많이 구사했다. 앞으로 기본기를 새롭게 다져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 '1세대 프로게이머'로서 바라거나 아쉬운 점은.

▲구단마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장 유료체제를 통해 수익구조를 다지고 리그의 볼륨이 확대될 수 있길 기대한다. 아울러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e스포츠가 활성화해 상호 교류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한다.

-- 스타크래프트라고 하면 임요환 선수가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데.

▲지금은 명성만 남았다.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이제는 e스포츠의 아이콘이라는 부담감을 갖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은 선수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저는 처음으로 돌아갔다.

-- 현재 가장 잘하는 선수는.

▲프로토스 도재욱, 테란은 이영호, 저그는 이제동 선수가 가장 뛰어난 것 같다. 마재윤 선수는 저랑 많이 닮은 것 같아 좋아한다. 팬도 많고 유명세 이후 침체기를 겪었지만 승부욕을 다지면서 올라가는 모습도 저랑 닮았다.

-- 마재윤 선수가 임 선수와 대결하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은 기본기가 약해 (제가) 상대가 안된다. 충분히 준비가 된다면 한번 대결해보고 싶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