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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 속에 진행된 한 해직교사의 야외수업

입력 : 2008.12.22 14:00


"선생님과 같이 교실에 들어가게 해주세요."

22일 오전 8시 40분 서울 송파구 거원초등학교 정문 앞. 이 학교 6학년 9반 학생 20여 명이 교실 안으로 등교하는 대신 삼삼오오 교문 앞에 모여들었다.

최근 '일제고사 거부'에 따른 징계로 지난 17일 해고된 담임선생 박수영(36) 씨가 이곳에서 이날부터 겨울방학 전까지 야외수업을 진행키로 했기 때문.

박 교사는 오전 9시께 학생들을 데리고 교실로 들어가려 시도했지만 학교측 요청으로 출동해 있던 경찰병력에 제지당하자 애초 계획대로 정문 앞에서 수업을 강행했다.

수업 주제는 '아동인권'.

박 교사는 준비해온 인권 관련 상식들을 OX퀴즈 형식으로 제시했고, 학생들은 선생님의 질문에 귀를 쫑긋 세운 채 열심히 문제를 풀어나갔다.

이날 서울지역의 오전 기온은 영하 8∼9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날씨였지만 어린 학생들은 손과 귀를 호호 불어가며 단 한 명도 자리를 뜨려 하지 않았다.

교문 밖으로 나온 교장선생이 박 교사에게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다면 (아이들만) 교실로 들여보내 달라"고 하자 일부 학생들은 "선생님과 함께 교실로 들어가게 해주세요"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9반 학생들의 학부모, 송파시민연대 회원, 민주당 안민석 의원 등 50여 명도 박 교사의 야외수업을 응원하기 위해 참석했다.

한 학부모는 "'일제고사'를 거부했든 안 했든 박 선생을 해직한 것은 부당하다"며 "아이들이 얼마나 선생님을 좋아하고 따르는데 그걸 막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박 교사는 "우리는 일제고사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학부모들에게 교육에 대한 선택권을 준 것 뿐이다. 해직은 말도 안되는 폭력이고 정당성이 없다"며 앞으로 법적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교사와 학부모들은 추운 날씨 속에 장시간 야외수업을 진행할 경우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 것을 우려해, 오전 10시 40분께 인근의 거여동성당으로 이동해 수업을 이어나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