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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위의 포뇨 - 12월 세째주 개봉영화

남상석

입력 : 2008.12.19 18:37


벼랑위의 포뇨(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전체관람가)

 

5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췄습니다. 네 살된 제 딸도 시종일관 몰입해 보더니 보고나서는 열혈 팬이 되었습니다. 선물로 받은 포뇨 손 인형을 잘때  옆에 뉘여놓고 소근거릴 정도로 관심사안 1순위로 급부상하더군요. 포뇨 손 인형을 제 손에 끼우고 복화술 비슷하게 말을 걸자 재미있어 하길래 저도 좋더군요. 그런데 이게 컴퓨터 게임 레벨이 올라가듯 점점 난이도 높은 연기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가벼운 대화만 나누는데 만족하더니 모자를 쓰라거나 과자를 받아 먹으라거나 여러 요구를 하다가 급기야 휴대폰을 들고 통화하는 설정에 이르렀습니다. 문제는 이 손인형의 팔과 손 부분이 팔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척 짧은지라 물건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죠. 통화시간이 길어지면 손가락과 손목이 뻐근해지기 시작하고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한다는...... 중간에 놓치거나 손에서 빼내면 다시 끼워 휴대폰 잡으라고 울고불고 난리가 나기 때문에 이마에 땀좀 나야 합니다. 포뇨 인형에 빨리 싫증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

영화 얘기는 안하고 곁길로 빠져 죄송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들이라면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줬던 철학적 깊이 등이 별로 없는지라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이들의 마음과 세계를 사소한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묘사하는 능력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실제로 미야자키 감독은 지브리 스튜디오 자신의 사무실 옆에 직원 자녀들을 위한 보육원을 직접 설계해 짓고 산책하면서 보육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세심하게 몇 시간씩 관찰하곤 한답니다.)

특히 동생격인 작은 물고기들의 도움을 받아 바다 속을 탈출해 소스케를 만나기 위해 파도 위를 달리는 장면의 시각적 쾌감이 훌륭합니다. 자녀들과 함께 극장 나들이하시거나 우울한 현실과 골치 아픈 일에서 잠시 벗어나 때 묻지 않은 놀라운 동심의 세계에 푹 빠졌다 나오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해 드릴만 합니다.

달콤한 거짓말(감독: 정정화, 주연:박진희, 이기우, 조한선)

 

박진희에 의한 박진희의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고등학생때 만나 첫눈에 반한 뒤 10년간 못 잊고 있는 첫사랑을 공교롭게 교통사고 가해자로 만나는데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기억을 잃어버린 것처럼 행세하며 그의 곁에 머물며 마음을 사로잡으려 노력한다는 줄거리입니다.

박진희가 예쁜 모습 포기하고 마치 짐 캐리 같은 얼굴 근육의 다양한 움직임을 선보이는 등 혼신을 다한 연기를 보여주는데요. 이런 비슷한 모습은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에서도 선보인바 있습니다. 20대 여자의 몸에 들어온 40대 아줌마의 영혼을 실감나게 잘 보여줬는데요. 드라마보다 더 자주 더 강하게 더 다양하게 코믹 연기를 선보이는데 이상하게도 영화에서는 매력적인 부분이 휘발되어 날아간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는 걸리버 CF로 각인되어온 섹시한 매력과 코믹한 생활연기가 화학작용을 잘 일으켰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 화학작용이 없어 아쉽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그녀 연기가 기대 이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연기만 놓고 본다면 훌륭하거든요. 이에 비해 상대역의 이기우와 조한선은 좀 어정쩡합니다. 연기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캐릭터 설정에 문제가 있어보이거든요.

근사한 식당에서 데이트를 하고 계산하는 시점에 포인트 카드를 챙긴다든지 하는 된장녀와는 상반된, 생계형의 모습을 풍부하게 해주는 디테일과 편집의 리듬은 좋습니다. 하지만 데이트 무비로서 무난한 편이지만 연인의 손을 잡고 극장문을 나설때 가슴 뿌듯한 느낌은 별로 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