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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기부 천사'의 정체는?

이호건

입력 : 2008.12.17 14:51|수정 : 2008.12.18 16:42


경기도 시흥시 1% 복지재단에는 지난해초부터 매달 정체불명의 쌀 백 포대가 배달되고 있습니다.

한 대형마트를 통해서 배달되는 이 쌀들은 시흥시에 사는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가정, 기초수급생활 대상자 같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되고 있는데요.

기부자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매달말만 되면 어김없이 오는 '사랑의 쌀'.

'얼굴없는 기부 천사'가 과연 누군지 추적해봤습니다.

먼저 복지재단측에 문의했는데, 재단측에서도 기부자가 누군지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지난해 2월 그 기부자로부터 처음 전화가 걸려왔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당시 이 독지가는 자신을 50대 초반의 사업가라고만 소개하고, 시흥시를 떠나지 않는 한 어려운 독거노인들을 돕기 위해 매달 쌀을 보내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답니다.

기부하는 데 티 내거나 생색내고 싶지 않다며, 자신의 신원을 밝히긴 끝끝내 사양했고요.

재단을 통한 취재는 실패로 돌아갔고 이번에는 이 독지가가 쌀을 배달시키는 곳으로 알려진 대형마트를 취재해봤습니다.

쌀이 직접 나가는 해당 마트 시흥지점에서는 아예 입을 열지 않았고, 마트 서울 본사까지 수소문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도 이 분이 누구신지 잘 모릅니다. 항상 직접 오셔서 쌀 백포대 값을 결제하시고 배달을 주문하셨는데요. 신원이 밝혀지는 것을 절대 원치 않으신다면서, 만약 자신의 신원을 흘리면 거래를 중단하겠다고까지 하셨습니다."

결국 '얼굴없는 기부 천사'의 정체를 밝히는 데 실패...

다만 재단과 마트를 통해 들은 정보를 종합해 본 결과 이 독지가는 '시흥시에 살고 있는 50대 중년 남성 사업가'라는 정도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냥 이 독지가의 뜻을 존중해 더 이상 신원을 캐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취재 마무리 단계에서 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이 독지가가 하던 사업이 부도났다고 누군가로부터 전해들었다고 밝혔는데요.

그래도 이 독지가는 자신의 기부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기부를 멈출 수 없다면서 '사랑의 쌀' 배달을 계속하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벌써 2년 가까이 쌀 2천1백포대, 돈으로 따지면 9천만 원 어치. '얼굴없는 기부 천사'의 비밀스런 선행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주목됩니다.^^

 

[편집자주] 마포경찰서를 출입하는 이호건 기자는 2006년 SBS에 공채로 입사했습니다. 국제부 기자를 거쳐 현재 사회2부 사건팀에서 젊은 기를 발산하고 있습니다.  그의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