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2%까지 인하 가능할 듯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에서 0∼0.25%로 대폭 낮춤에 따라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인하 압력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하한선의 기준으로 '유동성 함정'을 제시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최대 1.0%포인트의 추가인하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은이 미국의 '제로금리' 영향을 받아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 금리를 추가로 낮춘다고 해서 경기가 금방 회복세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은은 금리인하 보다는 충분한 유동성 공급 등 다른 방법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 한은 통화정책에 압박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가 제로금리 수준인 0∼0.25%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현재 기준금리를 0.3%로 운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인하폭이 크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체로 0.5%로 낮추고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미국의 전폭적인 금리인하는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에도 상당한 압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은은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0%로 내렸다. 이는 1999년에 통화정책 수단을 통화량에서 기준금리로 바꾼 이후로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전 세계 주요 각국이 '제로금리'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한은도 추가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의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또 앞으로 미국의 통화정책이 금리에서 유동성 공급으로 전환되는 것도 한은에 영향을 줄 수 있다.한은은 이미 기준금리보다는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시장에 영향을 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췄기에 앞으로는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에도 주요한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2% 수준까지 금리인하 가능할 듯
한은이 생각하는 기준금리의 마지노선은 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금리를 어디까지 추가로 내릴 수 있는지 얘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성태 한은 총재는 최근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는 수준까지 내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동성 함정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가계와 기업의 소비.투자가 일어나지 않고 회사채, 대출, 양도성 예금증서(CD) 등의 금리가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존 케인스가 1930년대 미국에서 일어났던 대공황의 원인과 대책을 설명하고자 제시한 개념이다.
한은은 유동성함정 수준에 해당하는 금리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2%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한은은 현재의 3.0%에서 추가로 1.0%포인트 정도 추가로 내릴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준금리의 지나친 인하는 외국인 자금의 유입을 억제하고 달러 유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환율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한은이 앞으로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달러화는 기축통화여서 금리가 제로수준까지 떨어져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금리가 지나치게 낮으면 당장 외환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장기적 효과는 미지수
미국의 제로금리는 단기적으로는 국내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인하는 달러화 약세로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에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증시에도 호재다. 미국의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는 미국 뿐아니라 한국의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360.17포인트(4.21%)나 급등한 8,924.70으로 마감, 8,900선을 가뿐하게 넘어섰다.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상승세로 개장했고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로 시작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실물경기 안정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다면 '금리카드'만 잃어버린 결과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경기 위축은 금리 인하로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인하 효과로 경기가 회복되고 금융시장이 장기적으로 안정되면 옳은 결정이 되겠지만, 미국의 실물경기가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정책의 카드만 소진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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