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작침'(摩斧作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
2008년 10월 검찰 창설 60주년을 맞이해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아 검찰의 사정활동이 국민의 기대에 충분히 미치지 못했다며 이 고사성어를 인용, 검찰의 수사를 독려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은 5월 공기업 비리와 국가보조금 비리를 '2대 중점 척결 대상 범죄'로 규정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 압수수색을 신호탄으로 사정 수사를 본격화했다.
공기업ㆍ공공기관 임원을 상대로 '저인망식 수사'를 전개하다 보면 개인의 부정부패 차원에 그치지 않고 자연스레 '윗선으로의 상납 구조'나 참여정부의 구조적 권력형 비리도 곧 드러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검찰이 공기업을 사정수사의 주요 표적으로 삼은 것은 공기업이 민간기업보다 더 높은 투명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공기업 쇄신을 추진했던 이명박 정부의 집권 초기 의지와 맞물린 것이어서 그만큼 강도 높은 사정수사가 예상됐다.
특히 정권이 바뀐 첫해라는 점에서 과거 참여정부의 핵심 권력층과 연결된 비리 사건이 터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 달리 과거처럼 '게이트'라고 불릴 만한 굵직한 권력형 비리는 좀처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자평할 만큼 검찰의 사정 수사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용두사미가 되는 게 아니냐는 회의적인 전망도 나왔다.
일부 성과가 있긴 했지만 해운회사 로비 사건, 강원랜드 비자금 조성 의혹, 정상문ㆍ홍경태 비서관 공사 발주 외압 의혹 등 수사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무혐의 또는 무죄가 선고되면서 이런 회의론이 더 확산하기도 했다.
검찰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김 장관의 '마부작침' 발언도 정권 교체 첫해임에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사정 수사와 맞닿아 있었다.
검찰의 사정 수사에 대한 미덥지 않은 시각은 연말에 접어들면서 이른바 '측근 게이트'로 급반전을 맞게 된다.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 씨가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 정화삼 씨 형제와 함께 세종증권을 농협중앙회에 매각하는 과정에 개입해 로비자금으로 거액을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검찰은 올해 7월께 농협중앙회 내사에 들어가 9월 노 전 대통령 후원자인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을 출금한 뒤 11월 들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속전속결로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혐의를 한결같이 부인했던 노건평 씨는 세종증권을 농협중앙회에 매각하려는 세종캐피탈 측으로부터 정씨 형제와 함께 30억원을 받은 공범 혐의로 지난 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2005년부터 진행돼 2006년에 마무리된 세종증권 인수의 결정권을 쥐고 있던 당시 농협중앙회 정대근 전 회장에게 노씨가 세종캐피털 측을 위해 청탁하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다.
이어 검찰의 칼 끝은 전직 대통령의 친형을 구속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을 향했다.
박 회장은 농협중앙회 알짜 자회사인 휴켐스를 사들이려고 정 전 회장에게 20억원을 제공하는 한편 세종증권 주식거래 등으로 얻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탈세한 혐의로 12일 구속됐다.
그를 둘러싼 의혹은 꺼지지 않고 그가 참여정부의 실세와 현 여권 유력 인사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박연차 리스트' 소문까지 떠돌면서 점점 확대되는 분위기여서 검찰이 어느 수위까지 사정의 칼날을 들이댈지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다.
이른바 측근 게이트는 참여정부 권력의 목전까진 다다랐긴 했지만 아직 핵심부에 접근했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따라 노건평-박연차-정대근 등 '측근 게이트'의 주역들이 주고받은 돈의 최종 종착지를 검찰이 밝혀내고 전 정권에서 어떤 특혜가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국민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 격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등 참여정부 시절 고위인사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이 아직 풀리지 않고 남아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연말 들어서야 불이 붙기 시작한 '현재 진행형'인 검찰의 사정수사는 해를 넘겨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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