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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묻지마' 살인범, 구치소 대신 범행저질러

입력 : 2008.12.11 10:36|수정 : 2008.12.11 10:36


서울 논현동 고시원 살인 사건의 범인 정상진(30) 씨는 벌금 150만원을 내지 못해 구치소에 갈 처지가 되자 오랫동안 계획해온 범행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조희진 부장검사)는 11일 살인, 살인미수,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현주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정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 10월20일 오전 8시께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 3층 자신의 방에 불을 지른 뒤 유독 가스와 열기를 피하려고 출구로 뛰어나오는 사람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중국동포 여성 이모 씨 등 6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2003년 9월부터 이 고시원에서 살며 인근 식당 등지에서 종업원으로 일한 그는 2004년 2월께부터 "고시원에 불을 질러 다른 입주자를 살해하고 인질극을 벌인 뒤 경찰에 의해 죽음을 맞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이때부터 범행 직전까지 흉기, 가스총, 인화물질, 전등 등을 차례로 구입했다.

정씨가 범행에 이르게 된 직접적 계기는 예비군 훈련에 참석하지 않아 범행을 저지른 바로 그 날 받게 될 경찰 조사였다.

이미 전년도 예비군 훈련에 나가지 않아 부과된 벌금 150만원을 내지 못해 지명수배 상태였던 정 씨는 이날 서울 강남경찰서에 나가 조사를 받으면 지명수배 사실이 드러나 구치소 노역장에 갈 상황이었다.

정 씨는 당시 식당 종업원 일을 그만두고 일정한 수입이 없어진 데다 가족의 경제적 지원마저 끊겨 10월 초부터 고시원 숙박비가 밀린 상태에서 하루에 컵라면 하나로 끼니를 때울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정 씨는 수사당국 조사에서 "경찰에 나가면 벌금 때문에 감옥에 가게 될 텐데 이렇게 되면 고시원 사람이 짐을 치우려 내 방으로 들어와 범행 도구가 발각될까 걱정돼 10월20일 아침에 계획을 실행할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앞서 국립법무병원은 1개월 동안 정 씨의 정신을 감정한 결과 "의도적으로 범행했고 오랫동안 계획한 점에 비춰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만성우울증을 갖고 살아왔지만 일종의 신경증일 뿐 현실감은 있는 상태였다"고 종합 소견을 밝힌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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