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국회 정쟁에 '쓴소리'…"국민통합 정치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전직 국무총리와 국회의장, 문화.종교계 인사 등 각계 국가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 최근의 경제 난국 타개를 위한 조언을 들었다.
오찬을 겸해 약 2시간 15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원로들은 최근의 경제 상황을 `국난'으로 규정한 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적 단합을 강조했으며, 특히 연말 법안 및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연출되고 있는 정치권의 대결 국면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건배사를 겸한 인사말에서 "온 국민이 국난 극복을 위해 하나로 힘을 모으고 있는데 국회가 민생은 뒷전으로 한 채 정쟁에만 골목하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과거에 국회에 몸담았던 사람의 한 명으로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김 전 의장은 특히 자신의 `고향'인 한나라당을 겨냥, "무려 170석이 넘는 안정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도 무기력한 데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원기 전 의장도 이에 전적으로 공감을 표시한 뒤 "30년 정치를 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것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전투적 대결 정치는 정말 곤란하다는 사실"이라면서 "이런 위기가 작은 갈등을 접고 위기 극복에 단합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진보쪽에서는 보수 진영이 이뤄낸 산업화의 공을 인정해야 하고 보수쪽에서는 민주화와 사회 정의의 틀을 만들어낸 진보 진영의 공을 긍정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불교계 원로 월주(月珠) 스님은 "당내 통합과 거국적 통합에 대통령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으며, 현승종 전 총리는 "국민이 여당에 많은 의석을 준 의미를 새겨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서 일부 원로들은 최근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과감하게 공공투자를 늘려 내수를 진작해야 한다"면서 ▲단기 효과가 크고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투자 주력 ▲`비상 융자준칙' 제정을 통한 기업대출 확대 ▲규제개혁 가속 ▲정부 통제가격 현실화 등을 제안했다.
이현재 전 총리는 "이번 위기는 경기사이클 순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구조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진단한 뒤 "한국 경제가 개발 연대, 외환위기에 따른 기업구조조정, 디지털시대라는 세 번의 기회가 있었다"면서 "이번 위기는 새로운 구조조정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고교현대사 특강으로 주목을 받았던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역사교과서 우편향 논란'을 염두에 둔 듯 "근대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주로 운동사를 중심으로 가르치면서 건국과 산업화 등에 대한 정치경제사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그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선결돼야 교과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서남표 KAIST 총장은 기술투자의 중요성을, 영화감독 임권택씨는 영화계 지원을,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신명나는 문화적 분위기 조성 등을 각각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간담회에 배석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주요 간담회 발언.
▲김수한 전 국회의장 = 지난 4일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무 시래기 노점상인) 박부자 할머니가 이 대통령께 `힘 내세요'라고 격려한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국민이 하나로 뭉치면 도약의 큰 디딤돌이 마련될 것이다. 건국 이후 60년간 온 국민이 폐허를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뤘는데 훗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서 나라를 반석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 대통령 = 오는 15일이 어머니 기일인데 박부자 할머니를 보고 어머니 생각이 나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박 할머니가 귀엣말로 `다 힘들지만 대통령이 가장 힘들다'면서 나라 걱정을 하더라.
이 위기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위기가 지나간 다음에 다가올 질서에서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를 염두에 두고 대책을 세우고 준비하는 것이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 = 긴급 대책이 여러 가지 필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국민 통합과 포용하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 국가가 위기라는 공감대와 국가 원수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상황이 바뀐 만큼 대통령도 대선 공약이나 지지기반 여론에 대한 부담을 벗어나서 국민을 통합시키는 중심에 서달라. 이 같은 위기가 작은 갈등을 접고 위기 극복에 단합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 어떤 통합이냐가 문제이고,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내 결속도 중요하다. 국민에게 경제 위기에 잘 대응할 수 있다는 신뢰감과 자신감을 줘야 한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 = 과감하게 공공투자를 늘려서 내수를 진작해야 한다. 지난해 GDP(국내총생산)가 901조원이었는데 부채 비율을 보면 34%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이 77%이기 때문에 아직 여유가 있다.
▲서남표 KAIST 총장 = 우선 사람들의 공포심(Fear)을 해결해야 하고, 둘째 사람들의 욕구(Greed)를 자극할 수 있어야 하고, 셋째 잘될 것이라는 희망(Aspiration)을 줘야 한다. 이를 잘 조합한 `폴리시 믹스(Policy Mix)'가 필요하고 확실한 메시지가 있는 과학기술정책 투자를 해야 한다.
▲현승종 전 국무총리 = 국민이 여당에 많은 의석을 준 의미를 새겨야 한다. 개방형 이사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잊혀지고 있는데 챙겨야 한다.
▲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 우리나라가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에 성공한 나라이지만 소외 계층과 취약 계층을 떠안고 가야 한다.
▲임권택 영화감독 = 영화계가 침체기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영화 산업에서 투자펀드가 빠져나가 자생력이 걱정된다. 불법 복제에 대한 단속도 절실하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 지난 1930년대 불황 당시 미국의 문화가 오히려 발전했다. 타잔, 미키마우스, 킹콩과 같은 캐릭터가 그때 나왔다. 문화적 요소(factor)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 지금은 역사적 전환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지난 100년간 세계의 변방에 있었지만 이번 위기가 중심 무대에 합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외교통일 정책도 기존의 방식으로는 안 되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국내 문제에 국한되지 말고 다각적인 대외적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 통합보다는 화합이 적합하다. 국민 화합을 위해 `클린 콘텐츠' 운동을 벌여야 한다.
▲이현재 전 국무총리 = 한국 경제가 개발 연대, 외환 위기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디지털시대 등의 3번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이 새로운 구조조정의 기회가 될 것이다.
▲오명 건국대 총장 = 국무총리실에 원스톱 서비스제도를 도입해서 인.허가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순화하는 게 좋겠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 우리 근대사라는 게 정치경제사이기 때문에 사회과학적 지식이 중요하다. 대체로 근대사를 다루는 교사들이 운동사를 중심으로 가르치고 있어 건국, 산업화 등에 대한 정치경제사적 평가가 제대로 안 이뤄지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선결돼야 이른바 교과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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