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고예비치의 비리 혐의 내용은 무덤속의 에이브러햄 링컨을 돌아눕게 만들 정도다."
미국 연방검사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상원의원직 사퇴로 공석이 된 연방 상원의원직을 돈을 받고 팔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라드 블라고예비치(51) 일리노이 주지사를 체포해 기소하면서 한 말이다.
검찰은 이날 아침 블라고예비치 주지사와 그의 비서실장인 존 해리스(46)를 각각 자택에서 체포한 뒤 독직과 사기, 뇌물 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블라고예비치는 법원에 보석금을 내고 일단 풀려났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76쪽 분량의 수사자료에 따르면 블라고예비치 주지사는 자신의 재선을 위한 선거자금을 조성을 목적으로 공석인 연방 상원의원 자리를 돈을 받고 팔려고 했으며, 만족할만한 금액을 제시하는 후보가 없을 경우 자신을 상원의원에 임명해 2016년 대선에 출마할 야심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오바마의 뒤를 이을 상원의원 자리는 일리노이 주지사가 임명권을 행사하도록 돼 있다.
또 블라고예비치는 미 메이저리그 프로야구팀인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를 매각하는 문제와 관련해 지역 일간지 시카고트리뷴을 소유한 트리뷴 그룹에 주정부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블라고예비치는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온 시카고트리뷴 편집진을 해고해 주면 주정부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돼 있다.
연봉인 17만달러인 주지사의 봉급이 적다고 불평해온 그는 비영리재단이나 노동조합과 연관된 단체 등에서 30만달러 가량의 연봉이 보장되는 자리를 물색해왔으며 자신의 아내를 연봉이 15만달러인 기업체 이사에 앉히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블라고예비치는 자신의 선거운동에 거액을 기부한 개인과 기업에 도로와 병원 건설 등 주정부 발주계약을 나눠주고 공직에 임명하는 특혜를 베푸는 등 비리로 점철돼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사건을 담당한 패트릭 피츠제럴드 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블라고예비치의 행위는 무덤에 누워 있는 링컨을 돌아눕게 만들 정도"라고 말했으며 연방수사국(FBI)의 시카고 지부장인 로버트 그랜트는 "어지간한 수준에는 놀라지 않는 FBI 요원들조차도 수사과정에서 주지사의 대화내용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FBI는 블라고예비치 주지사의 부패 혐의 수사를 위해 지난 한달간 법원의 허가를 얻어 그의 사무실과 자택에 도청 장치를 설치, 관련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블라고예비치는 변호인을 통해 자신이 무죄를 입증할 자신이 있다고 주장하며 주지사직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검찰은 법원에 제출된 수사자료에 오바마 당선인이 블라고예비치와 후임 상원의원을 임명하는 문제로 협의를 했거나 블라고예비치의 비리 내용을 알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내용은 일절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블라고예비치는 "오바마의 측근인사들이 감사하다는 말 이외에는 아무것도 나에게 준 것이 없다"면서 이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것도 감청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기자들과 만나 "일리노이 주민들에게는 매우 슬픈날"이라면서 "블라고예비치 주지사나 그의 사무실과 접촉한 적이 없으며 (후임 상원의원 임명과 관련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관해 아는게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또 이에 관해 더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대 일리노이주 주지사 가운데 지지율이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블라고예비치 주지사는 그동안 꾸준히 부패 혐의와 이에 따른 기소설이 나돌았다.
블라고예비치는 오바마 당선인의 대선 운동 당시 일찌감치 지지를 선언했지만 오바마 캠프는 오바마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전당대회 때 일리노이주 민주당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그에게 초청장을 보내지 않는 등 각종 비리로 구설수에 오른 블라고예비치와 상당한 거리를 둬 왔다.
그러나 블라고예비치가 민주당 소속이고 오바마의 출신지역구가 일리노이라는 점에서는 오바마와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타격이 우려된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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