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지서 일하다 여성복 브랜드 '그리폰' 창업
"패션 디자이너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남들처럼 이것저것 입어보는 걸 좋아하고 그림을 그려보긴 했지만 이 일로 돈을 벌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8일 제일모직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디자이너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삼성패션디자인펀드'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에이미 조(32)는 디자이너로서 정식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대학에서는 종교학을 전공했고, 장래희망은 기자가 되는 것이었다.
"항상 글을 쓰고 싶었어요. 패션 잡지가 아닌 일반 잡지같은데서요. 기자로 일하기 위해 일을 찾고 있었고 가장 먼저 제안이 온 곳이 '보그'지였어요. 그가 패션 분야 뿐 아니라 다른 좋은 기사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을 시작한 거죠"
그렇게 패션지 에디터로 6년을 일하다보니 글 자체보다는 패션 쪽으로 더 관심이 기울었다.
"패션 필수 아이템에 관한 기사를 준비하다보니 트렌치 코트가 다른 제품들에 비해 그렇게 많이 제공되고 있지 않더라고요. 상시적으로 트렌치 코트를 구비한 곳은 버버리 정도였어요. 트렌치 코트가 필요하면 언제든 구할 수 있는 가게가 없어 그런 수요가 있을거란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태어난 것이 트렌치 코트를 위주로 한 여성복 브랜드 '그리폰'이다. 독수리의 머리와 발톱, 날개를 갖고 사자의 몸을 한 전설적인 동물에서 따 온 이름이다.
"그리폰이라는 말 자체가 주는 신비롭고 신화적인 느낌에 끌렸어요. 시공을 초월한 상징물이잖아요. 몇 년 전 이탈리아를 여행하는데 성당 입구를 비롯해 어디든 그리폰이 있더라고요. 액운을 막는 지킴이 역할을 하는거죠. 트렌치 코트도 비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이 있기도 하잖아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가 그리폰 트렌치 코트를 입으면서 한층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조씨는 처음 보그에 입사해 2년 동안 윈투어의 개인비서로 일하며 가깝게 지내기도 했다.
"어느날 윈투어가 미팅이 있어서 밖에 나가려는데 비가 왔대요. 그래서 직원들에게 트렌치 코트를 준비하라고 했죠. 직원들은 이런저런 브랜드의 트렌치 코트를 준비했고 거기서 제 옷을 골랐던 거예요. 그게 제가 만든 옷이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지만요"
그가 만드는 트렌치 코트는 크게 세 가지 라인으로 구분된다. 가장 클래식하고 기본적인 라인과 실루엣을 살린 라인, 그리고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라인이다.
그는 "나이 드신 분이라면 클래식한 기본 라인을 선택하실테고 젊은 층에서는 트렌디한 라인을 좋아한다. 또 실루엣을 살린 라인은 신체 결점을 보완하는데 좋다"며 소비계층이 다양한 점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일반적인 트렌치 코트를 입고 허리끈을 묶었을 때 허리가 굵거나 엉덩이가 크면 예쁘지 않거든요. 실루엣을 살린 라인은 엉덩이가 크면 엉덩이쪽을 풍성하게 살리고, 키가 작은 사람은 허리선을 더 높여서 결점을 보완하는거죠"
또 하나의 성공요인은 패션 에디터로서의 경험이다. "화보를 촬영하거나 기사를 쓰면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저의 옷을 선보이면서도 기사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
2006년 6월 론칭한 '그리폰'은 현재 미국 전역의 유명 백화점과 체인점, 작은 부티크숍 등 80여곳에서 팔리고 있으며 영국과 일본, 이탈리아에도 진출해 있다.
"항상 한국에도 진출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질 않았어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제 옷을 한국에서도 선보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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