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미 인'·'과속스캔들'·'오스트레일리아'·'벼랑위의 포뇨'
연말 극장가에 아역배우들의 활약이 유난히 돋보인다.
소규모 개봉에도 7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렛 미 인'과 4일 개봉한 한국 영화 '과속 스캔들', 11일 개봉을 앞둔 블록버스터 '오스트레일리아'는 모두 어린이 배우들의 명연기가 눈에 띈다.
영화 속의 아역 배우들은 감초 역할을 넘어서 주·조연으로 극을 이끈다. '아역 배우'라고는 표현할 수 없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벼랑 위의 포뇨' 역시 주인공들은 어린이 캐릭터다.
◇ '렛 미 인'의 뱀파이어 리나 레안데르손 = 외톨이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사랑을 그린 매혹적인 스웨덴 영화 '렛 미 인'에서 각각 여자와 남자 아역배우로 출연하는 리나 레안데르손과 카레 헤레브란트의 비중은 크다.
세상과 소통하지 못한 아이들이 서로에게 다가서고 마음을 나누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수준높은 연기력이 요구됐다. 토마스 알프레드손 감독은 두 아역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1년 넘게 공개 오디션을 치렀으며 결국 전혀 연기 경험이 없는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낙점했다.
두 배우 모두 촬영 당시 11살이었으며 현재는 13살이다. 여주인공 리나는 직접 온라인 광고를 보고 지원했고, 남자주인공 카레는 초등학교에서 치러진 오디션에서 낙점됐다.
감독이 둘을 캐스팅한 이유는 모두 나이를 초월한 고독한 눈빛을 지녔기 때문이다. 감독은 두 아이 캐릭터를 동물이라고 상상하고 만들었는데 여주인공 소녀는 개, 외톨이 남자아이는 노루를 염두에 뒀다.
수입사 데이브엔터테인먼트가 제공한 인터뷰 자료에 따르면 감독은 특히 리나에 대해 "몇백년은 산 듯한 감정을 눈에 담고 있다"고 치켜세웠지만 리나는 "가짜 피에 둘러싸여 연기하는 것은 정말 독특하고 신나는 일이었다"며 또래의 천진함을 드러냈다.
◇ '과속스캔들'의 '썩은 미소' 왕석현 = 개봉 주말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과속스캔들'의 인기 뒤에는 아역답지 않게 영리한 표정 연기를 선보이는 왕석현(6)이 있다.
차태현이 주연이기는 하지만 영화에서 차태현의 숨겨진 딸 정남 역을 맡은 신인 박보영이나 박보영의 아들이자 차태현의 손자가 되는 기동 역의 왕석현은 전체 극을 이끌어갈 만큼 비중이 크다.
영화 속 왕석현은 여섯살이지만 첫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눈치 빠르게 '할아버지' 차태현을 위해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등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특기는 어른 뺨치는 고스톱 실력과 세상을 달관한 듯 내비치는 '썩은 미소'. 어린이 답지 않게 조숙한 모습이 웃음을 낳는다.
1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영화에 캐스팅된 왕석현은 대선배인 차태현으로부터 표정 연기를 지도받는 한편 엄마 역의 박보영을 실제 엄마처럼 따르며 촬영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후문.
◇ '오스트레일리아'의 애버리지니 브랜든 월터스 = 호주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영화지만 호주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인 '도둑맞은 세대'(Stolen Generation)가 영화의 주요 소재 중 하나인 만큼 애버리지니(호주 원주민) 혼혈아 눌라 역을 맡은 아역 배우 브랜든 월터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극중 눌라는 여주인공 새라(니콜 키드먼)가 호주에 애정을 갖게 하는 친절한 안내자이며 후반부 위기에 처한 인물들에게 용기를 준다.
직배사 20세기폭스에 따르면 11살의 브랜든 월터스는 애버리지니 소년들 사이에서 1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바즈 루어만 감독이 낙점했다.
외딴 곳에 살며 도시를 방문해 본 적이 전혀 없던 브랜든 월터스는 연기 경험이 전무했지만 카메라 앞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 전 세계의 영화 팬들을 만나게 됐다.
감독은 룰라역의 후보 배우를 1천여명에서 100여명으로, 다시 10명 내외로 줄인 뒤 대본 읽기 연습을 시킨 다음에야 브랜든을 캐스팅했으며 브랜든은 영화 출연을 위해 이후에도 수개월 동안 말타기와 대사 연기 등의 '특훈'을 받아야 했다.
◇ '벼랑위의 포뇨'의 포뇨 =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벼랑 위의 포뇨'의 '타이틀 롤'인 포뇨는 올해 영화계에 등장한 가장 앙증맞은 캐릭터 중 하나다.
동그랗고 오동통한 배와 조그마한 입술에 붉은 색 머리가 특징인 '방년' 4세의 물고기 소녀로, 햄을 좋아한다. 작화 감독인 곤도 가츠야가 자신의 3살 난 딸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었다.
모험심이 많은 성격으로 엄한 아버지의 감시를 뚫고 인간 세상으로 '가출'했다가 남자아이 소스케를 만나고 인간이 되고 싶어 한다.
'포뇨'라는 이름은 미야자키 감독이 직접 지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목욕탕용 장난감 금붕어를 만지다가 포동포동한 느낌이 주인공의 물고기 캐릭터에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고 '탱탱하다'는 느낌의 일본어 감탄사 '포뇨포뇨'에서 이름을 따왔다.
포뇨라는 이름은 영화 속에서는 남자아이 소스케가 지어준 이름이다. 포뇨의 본명은 브륀힐데로,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에 나오는 하늘을 나는 소녀들 중 큰언니의 이름이다.
영화가 일본에서 1천2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은 만큼 포뇨의 캐릭터는 현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인형을 비롯한 각종 캐릭터 상품은 일찌감치 품절이 됐으며 '포뇨'에 접미사를 붙여 '포뇨처럼 귀엽다'는 뜻의 '포뇨루'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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