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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외국인 아빠도 '기러기' 신세

이병희

입력 : 2008.12.02 11:18|수정 : 2008.12.18 19:02


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투자자나 주재원들의 한결 같은 불만 가운데 하나는 바로 자녀교육입니다.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 때문에 한국에서 일하기를 꺼려하는 외국인이 상당히 많고,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한국 대신 아시아의 다른 나라(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 자녀를 유학 보내고 2~3개월에 한번씩 자녀를 만나러 오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한국 아빠들만 기러기 신세가 아니라 한국으로 일하러 들어오는 외국인 아빠들도 기러기 신세를 면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외국인 학교 상황이 어떻길래 외국인들이 이렇게 불만이 많은 걸까요?

현재 서울에는 모두 21곳의 외국인 학교가 있습니다. 가장 큰 외국인학교는 서울 연희동에 있는 서울외국인학교(SFS-1400명 규모)이고, 지난 2000년 개교한 서울용산국제학교(YISS-700명 규모)도 외국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학교입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어떤 점이 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을 찾았습니다. 투자홍보팀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미국인 Todd Sample씨는 한국 외국인학교의 문제점을 알기 쉽게 설명해줬습니다.

▶ "한국계 학생 너무 많아"

Todd씨는 우선 외국인 학교에 한국계 학생들이 너무 많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국제학교는 말 그대로 국제적이어야 하는데, 한국에는 그렇지 못한 학교가 많다는 겁니다. 앞에서 언급한 용산국제학교(YISS)도 절반 정도가 한국계이고 (국적으로 따지면 12%), 지난 2006년 경기도 분당에 개교한 한국외국인학교(KIS)는 90% 이상이 한국계 학생으로 채워졌다고 합니다. 이렇다 보니 교실 밖에서 사용하는 주 언어는 한국어고,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외국인학교가 아니라 '한국 학생을 위한 고급 영어학원'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고 하는군요. 

                         

▶ "학비, 너무 비싸"

학비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Todd Sample씨는 한국어로 "너무 비싸요!"라고 말하더군요. 어지간한 외국인 학교의 1년 학비는 2천~2 5백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데, 교육비를 전액 지원해주는 일부 다국적 기업 직원이나 외교부 주재원을 제외하면 상당히 부담스런 금액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런 지원 없이 두 자녀 이상을 외국인 학교에 보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다른 나라의 외국인 학교에는 둘 이상의 자녀를 학교에 보낼 때 한 학생의 학비를 감면해주는 일명 '동생 장학금'이라는 것이 있는데 유독 한국에는 이런 제도가 없어 더욱 불편하다고 덧붙였습니다.

▶ 다양성 결여

현재 한국의 외국인 학교 학제는 대부분 미국식 학제를 채택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택권 이 크게 제한 받고 있습니다. 유럽이나 다른 지역의 대학에 입학하려면 국제학사학위(IB) 과정을 이수해야 하는데, 한국에는 IB 과정이 있는 학교가 거의 없어서 미국식 학교에 다니다가 온 학생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머무르는 동안 본국에서 배웠던 학업을 이어가기가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얼마 전 한 언론사가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가운데 자녀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외국인 최고경영자와 임원 74명을 설문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65%가 한국 내 외국인 교육에 대해 불만을 털어놨고, 응답자의 28%는 교육환경 때문에 한국에서의 투자를 재고(再考)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말로만 '아시아의 금융허브'를 외칠게 아니라 외국인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일할 수 있는 여건, 특히 한국을 선택하느냐 마느냐의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는 외국인 자녀의 교육여건을 먼저 조성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편집자주]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 성실한 취재로 생활밀착형 기사들을 많이 전해주는 이병희 기자는 사회1부에서 서울시청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2001년 입사해 사회부 사건팀과 기획취재팀, 정치부 등을 거친 이 기자는 지난 2002년에는 시장의 저가의류에 유명상표를 붙여 비싸게 되파는 시내 유명백화점의 실태를 심층고발해 큰 반향을 부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