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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정보공시 "까발리는 것이 다가 아니다"

우상욱

입력 : 2008.12.01 20:34|수정 : 2008.12.18 19:04


오랫동안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학교정보공시제가 드디어 시작됐습니다. 초·중·고는 물론 대학까지 자신들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세세하게 공개하는 제도입니다. 각 교육기관에 대해 일반인들이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교육기관 사이의 경쟁을 부추겨 교육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공개 대상 정보는 방대합니다. 먼저 초·중·고교의 공시정보 범위를 알아볼까요? 학교의 규칙과 교육 과정, 편성과 운영 관련 사항은 당연하고요, 학년이나 학급당 학생수, 전·출입이나 학업중단 등 학생 변동 상황, 학교시설, 교원 현황, 예·결산 내역, 학교 급식 관련 사항, 학교의 보건·환경 위생이나 안전 관리, 학교폭력 발생 현황, 학생의 입학과 졸업생의 진로에 관한 사항, 각종 위반 사항과 조치 결과, 이밖에 장학금 수혜와 동아리, 방과후학교 운영과 지원 현황, 연수 참여 교원 현황, 교직원의 교원단체나 노조 가입 현황 등을 망라합니다.

대학 등 고등 교육기관의 경우에는 학교 규칙, 교육과정과 편성, 운영 관련 사항, 대입 전형과 모집 요강 등 기본적인 사항들과 함께 각종 전형의 선발 결과, 신입생·편입생 충원 현황, 외국인 학생 등 재적 학생 현황과 졸업생의 진학·취학 현황, 전임교원의 확보율과 1인당 학생수, 연구 성과, 각종 회계 자료, 장학금 수혜 현황이나 특허 출원과 등록 실적,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 현황, 재정지원사업 실적 등을 공개해야 합니다. 이 정도면 한 학교의 현재 상황과 과거의 주요 실적, 미래 전망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라 할 수 있겠죠.

가장 논란이 뜨거웠던 초·중·고교의 학력정보, 즉 전국단위학력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시점은 오는 2011년부터입니다. 일단 보통, 기준 이상, 기준미달의 3등급으로만 공개하기로 했지만 학교간, 또 지역간 학력 격차가 수치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남은 2년 동안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해야겠습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 현장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의 교차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투명화'가 사회의 전반적인 기조로 굳어지고 있는 만큼 교육기관도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대해서는 별 반론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나아가 이번 공시로 교육 수요자들이 공급자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따라서 수용이나 선택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또 이로인해 교육 수요자들의 선택에 대한 욕구가 커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학교간 경쟁이 촉발되리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교육 현장에서도 경쟁을 통한 서비스의 질 개선이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반면 걱정하는 목소리도 간단치 않았습니다. 우선 학교간 서열화를 부추기고 고착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현재도 대학들 사이의 서열이 공고한 현실에서 취업률이나 진학률, 신입생 충원율, 경쟁율 등이 공개되면 학생들의 쏠림 현상은 강화될 것이고 지방 대학이나 신생 대학들은 고사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학력 정보가 공개되면 초·중·고교 역시 호불호 학교가 갈라지면서 심하면 퇴출 학교까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조조정 과정이라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지역이나 계층적인 차별 문제와 결부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쉽게 말해 빈곤층이 많은 지역의 학교가 학업 성적이 뒤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런 학교들이 비선호 학교로 전락한다면 빈곤층의 불만이 커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경쟁이 능사'냐는 문제제기도 있습니다. 교육이란 협력과 공존, 상호 존중의 가치를 배우는 과정인데 이렇게 개인간, 학교간, 지역간 경쟁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교육의 참목적에 부합하냐는 의문입니다. 현실적으로 학교들이 수치화될 수 있는 부문, 즉 성적이나 진학률, 취업률 등에만 목을 매게 될 것인 반면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 인성 교육이나 생활 예절, 공동체 교육 등은 당연히 등한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합니다.

어떻든 이미 각 학교는 정보 창고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고 이제 내용물이 무엇인지 낱낱이 밝힐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공개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따질 것이 아니라 기왕에 공개하는 정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이냐에 논의를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일단 공개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합니다. 학교정보를 까발려놓고 나머지는 학교더러 알아서 하라는 것은 정부가 현실을 도외시하는 무책임한 처사입니다. 공개된 정보를 이용해 뒤떨어지는 학교, 학력 수준이 낮은 지역에 정부 차원에서 더 집중적인 지원과 육성을 해줘야합니다. 학교들이 바람직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정보 공개의 수위와 방법을 잘 조절하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예컨대 성적 자료를 무분별하게 공개해 학교의 서열화만 부르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큰 행위입니다. 학력 정보 공개로 낙오 학생을 줄이거나 없애도록 학교를 유도하고 자극하는 것이 훨씬 유용한 정보 이용법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람직한 학교상에 대해 교과부가 명확한 개념을 확립하고 이를 정보로써 표현할 수 있도록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기본중의 기본일 것입니다. 지금처럼 좋은 학교, 바람직한 교육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현실 속에서는 정보가 갖는 의미를 해석하기는 불가능한 것 아닐까요?

 

[편집자주] '보도국의 신사'로 불리는 우상욱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사회, 정치,경제부를 두루 거치며 지금은 사회1부의 교육담당 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성실한 취재로 전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