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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시대의 직장 여성…그녀들이 사는 법

입력 : 2008.11.30 09:55

직장여성들…점심은 도시락, 와인바엔 와인 가져가


세계적인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 불황의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직장 여성들의 생활 패턴도 변하고 있다.

경제 불황의 그늘이 짙어짐에 따라 직장 여성들도 불필요한 지출은 어떻게든 줄이는 '짠순이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 "도시락 싸먹어요" = 동대문 쇼핑몰의 한 수입의류 매장에서 일하는 이모(22.여) 씨는 최근부터 도시락을 싸들고 와서 동료 직원들과 나눠 먹기 시작했다.

이 씨는 "점심때 같은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직원들과 같이 도시락을 까놓고 밥을 먹으면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 비용이 절약돼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씨가 도시락을 먹게 된 것은 마냥 동료들과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수다를 떨 수 있는 `낭만'을 찾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경제 불황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매장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고 자신도 언제 일자리를 잃게 될 지 모르니 지금이라도 불필요한 지출은 줄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씨는 "150만원 남짓하는 월급을 받고 일하고 있는데 매일 점심 밥값으로 나가는 돈만 줄여도 크게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동료 2명과 의기투합해 도시락을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씨뿐 아니라 최근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는 실속형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팽배해진 먹거리에 대한 불신감도 한몫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매일 5천∼8천원의 점심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경제적인 이유로 도시락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일반 도시락용기와 찬합의 매출은 작년동기보다 80% 이상 올랐고 보온도시락과 보온병 매출도 10% 이상 늘어났다.

◇ "와인바에 갈 때도 와인은 싸가요" = 그나마 형편이 나은 대기업 직장 여성들도 나름대로 불황기에 맞는 생활 방식을 익혀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와인 열풍이 불면서 와인바가 직장 여성들 사이에 약속 장소 1순위로 떠올랐는데, 이런 와인바에 갈 때도 절약 정신을 발휘하는 여성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것.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여성 한모(31) 씨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에는 와인바를 즐겨 찾는데 최근에는 미리 대형 마트에서 1∼2만원에 구입해 놓은 와인을 싸들고 가기 시작했다.

보통 와인바에 와인을 가져가면 2∼4만원 정도 봉사료 명목으로 물리는 '코르크 차지(Cork Charge)' 가 있는데 최근 강남이나 홍대 인근의 와인바에는 이런 코르크 차지를 아예 받지 않는 곳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와인바에서 와인을 사 먹으면 한 병에 5∼6만원을 넘게 지출해야 하지만 이 비용이 빠지면 두명이 갔을 때 음식만 시켜 먹고 2∼3만원만 내면 된다고 한다.

한 씨는 "최근 와인 열풍이 불면서 와인바가 많이 생겨 경쟁이 치열해진 탓도 있지만 요즘은 외식이 줄어들면서 와인바도 장사가 잘 안되자 코르크 차지를 안 받거나 1만원만 받는 곳도 많다"고 전했다.

직장인 신모(28) 씨도 최근 홍대 근처 레스토랑에 가서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

친구와 만나 밥을 먹는데 레스토랑 인근에 있는 와인가게에서 와인을 사 와서 코르크 차지를 1만원만 냈기 때문이다.

와인가게에서 와인을 사오면 레스토랑이 코르크 차지를 1만원만 받기로 레스토랑과 와인가게가 영업제휴를 했다는 것.

신 씨는 "요즘은 회사에서 회식도 줄이고 야간 택시비 지원 등 자잘한 복지 혜택도 많이 없어졌다"며 "돈을 안 쓰는 분위기가 갈수록 퍼져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