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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박 반장] 꼭 한발씩 늦는 여권…언제까지 우왕좌왕하려나

박병일

입력 : 2008.11.23 14:21


정치부 박병일 기자입니다. 오늘은 최근에 논란이 됐던 종부세에 대해 얘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종부세 위헌 결정이 내려진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여권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뉴스 보도를 통해 보셨을 겁니다. 덩치가 큰 탓일까요? 집권이후 정부와 여당은 각종 현안마다 한발 늦은 대처와 미숙한 대응으로 내부 논란을 자초하고 결국에는 힘겹게 봉합하는 경우를 적잖이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런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종부세 개편과 관련해 여당 내에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5일부터였습니다. 종부세 위헌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를 놓고 당 정책위쪽과 원내대표단간에 이견이 노출됐습니다.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의 기준을 3년으로 하는 문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다음날 홍준표 원내대표는 장기보유 기준을 3년으로 한다는데 반대 입장을 밝혔고, 종부세 과세기준도 정부가 제시한 9억원과 달리 현행대로 6억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종부세율에 있어서도 당 정책위와 원내대표단간에 이견을 보였습니다.

종부세 문제는 이미 정부가 종부세법 개정안을 낸 이후 두 달 여 동안이나 당내에서 논란이 일었던 현안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여당이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강남권 의원들과 비 강남권 의원들 간에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 문제입니다. 결국 헌재의 결정이 난 이후 당론을 정리하자고 유보해 놨던 문제이기도 하고요. 야당이 계속해서 공세를 퍼부을 수 있는 근거가 됐고, 강만수 장관의 헌재접촉 발언이 터지면서 야당의 파상 공세를 받게 된 소재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하나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도대체 여당은 지난 두 달 간 뭘 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종부세 문제를 여러 차례 조율해 왔습니다. 야당과 협상을 해야 하는 홍준표 원내대표가 최근 고위당정협의에서 강만수 장관에게 "당신이 야당과 협상할 거냐?"고 큰 소리 쳤고 정부도 이를 받아들였던 것은 종부세 문제는 야당과 조율 없이 일방 통행시킬 수 없는 정무적 사안이라는 판단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왜 지난 두 달 간 정부와 여당 그리고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할 청와대와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종합적인 판단과 조율을 하지 못했을까요? 결국에는 지난 15일부터 불거진 당내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 간에 이견 노출은 지난 19일 최고중진 연석회의 때까지도 계속됐습니다. (회의 결과 정책위 쪽이 원내대표단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줄곧 과세기준은 6억 원으로 한다는 점만 당론으로 결정하고, 나머지 쟁점사안들 그러니까 1인 장기보유의 기준과 부부 단독명의의 1주택자에 대한 세제혜택 그리고 종부세율 문제는 야당과 협상을 해 가면서 조율하겠다고 했습니다. 종부세 폐지를 펴는 강남권 의원들에게는 홍 원내대표가 한마디로 물컹해 보였을 겁니다. 야당과 조율을 외치며 맨 날 양보만 한다는 볼 멘 소리도 나왔습니다. 반면, 비 강남권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이러니까 부자정당이라는 소리를 듣는 거다. 종부세를 아예 없앤다면 많은 국민들이 부자를 위한 정책만 펴고 있다고 비난할 터인데 도대체 정부와 여당 지도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합니다.

어떤 정책을 놓고 정부와 여당이 어떻게 추진할지를 조율할 때는 정무적인 판단도 해야 합니다. 신중하되 빨리 결론을 내려야만 불필요한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정부안 제출이후 당내에서도 논란이 일었던 사안을 헌재 결정이 날 때까지도 제대로 조율하지 못했음이 이번 당내 지도부간 이견 노출을 통해 확인된 셈입니다. 종부세를 찬성하는 의원들이나 종부세를 반대하는 의원들 모두 "도대체 당 지도부는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지적할 대목이 있습니다. 지난 20일 정부와 여당은 고위당정협의를 가졌습니다. 종부세 논란의 큰 고비였지만 싱겁게 결론이 났습니다. 당에게 조율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당 의원들은 "결국엔 그렇게 할 거면서 쓸데없이 닷새간이나 이견이 노출돼 우왕좌왕하는 여권의 모습만 노출됐다"는 거듭된 푸념이 나왔습니다. 여하튼 제가 말하고자 하는 또 한 가지 문제점은 바로 이날 서민생활 안정대책을 함께 내 놨다는 겁니다. 그나마 늦지 않게 내놓은 것은 인정할 만한 사안이지만 한참동안이나 종부세 문제로 ‘부자정당’이라는 비난을 한참동안이나 듣고 난 뒤에 서민 대책을 쏟아놓으니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그나마 야당에서는 재탕 삼탕 대책이라고 비난하며 평가절하고 나섰습니다.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수도권과 지방간에 극심한 갈등양상까지 보였습니다. 갖은 갈등과 논란이 한창 진행된 다음에서야 '지방 지원 대책'을 내놓겠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당 지도부 회의에서는 "정부가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 생각이 없다. 지방 대책을 먼저 발표를 하고 난 뒤에 수도권 규제완화를 발표했다면 이렇게 파장이 일지 않을 것 아니냐. 정부나 청와대나 정무기능이 없다. 한심하다"라는 자성과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방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수도권 규제완화를 발표했다면 비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점, 이번에 종부세와 관련한 여권 내 논란으로 부자정당 소리 듣기 전에 서민을 위한 대책을 먼저 내놨더라면 덜 욕먹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겁니다.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로 홍역을 치른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종부세 문제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일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면서 당 내에서는 개각설이나 인적쇄신론, 정무기능 보완론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부쩍 이재오 최고위원의 귀국설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점, 그리고 박근혜 전 대표가 비공개를 전제로 언론 매체와 얘기했지만 '인적쇄신 문제'를 강하게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친 이쪽 인사들이 별다른 반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보면 역시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얘기일 겁니다.

"정치는 민심을 살피는 일"임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민심이 어떠할지를 수시로 체크하고, 또 이러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려 할 경우 민심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정치입니다. 그리고 예측 가능한 결과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은 정치일 겁니다. 국민들로서는 자신의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울 때 불안해 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한발 늦은 대처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여권에 대해 민심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여권 내에서는 연말 연초를 맞아 인적쇄신론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2월 집권 1년을 맞아 개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람만 바꿔서 될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을 보면, 개각을 위한 인선작업과 동시에 여권의 내부 조율과 정무기능을 강화할 시스템 보완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을 청와대는 이제는 깊이 생각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