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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추운 겨울…보육시설의 혹독한 겨울나기

입력 : 2008.11.23 09:54

보육원생 느는데 지원금은 감소…"팔다 남은 물건이라도"


청소년 보육시설 `요한의 집' 원장 김봉현(76)씨는 '어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금세 표정이 어두워진다.

깊어지는 불황에 후원자들도 두 손을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보육원생은 늘어나는데 돈줄은 말라만 가니 이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김 원장이 서울 은평구에서 23년째 운영하고 있는 요한의 집에는 부모가 사망하거나 이혼하면서 맡겨진 청소년 14명이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이 건물에 보육원임을 알리는 간판은 달려 있지 않다. 아이들이 보육원 출신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봐 일부러 간판을 달지 않았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들이지만 `친자식'보다 더한 정성으로 키웠기 때문인지 보육원생들은 처음보는 낯선 기자에게도 낯을 가리지 않고 "안녕하세요"라고 붙임성 있게 인사를 건넸다.

김 원장은 자신의 어린 자식들이 최근의 경제난으로 올 겨울 가장 혹독한 시절을 보내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아이들 14명과 복지사 3명이 1개월간 생활하는데 드는 비용이 400만원. 하지만 지난달에 들어온 후원금은 280만원에 불과했다.

요한의 집 후원자들 중 상당수를 차지했던 동대문시장과 평화시장의 상인들이 불황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돈줄이 말라버린 것이다.

소규모 보육시설인 요한의 집은 보육생 20명 이상으로 운영되는 법인시설과 달리 정부의 지원금을 받지 못해 운영비를 모두 후원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처지다.

정부 지원금 없이 개인이 운영하는 양육시설은 요한의 집을 포함해 서울시내 9곳으로 100여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이런 시설에서 살아가고 있다.

지난 10월 부모의 이혼으로 새 식구가 된 김지은(가명.13)양이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과자를 찾자 김 원장이 식당 한켠에서 과자 부스러기를 꺼내 놓았다. 돈을 주고 산 것이 아니라 현물 후원을 받은 `비상식량'이다.

현금을 받기가 어렵다면 생활필수품이라도 후원받겠다는 일념으로 노년의 몸을 이끌고 동분서주하는 것이 혹독한 겨울을 예감하고 있는 김 원장의 요즘 하루 일과다.

이번 달에는 가톨릭 신자들을 찾아다니며 "부모없는 아이들 끝까지 건강하게 키워내고 싶다"고 사정해 쌀 두 가마니, 라면 15 박스, 김치 같은 식료품을 받았다.

시장 상인들에게선 판매하기에 상품성이 이미 떨어진 채소들을 얻어 온다는 것이 김 원장의 말이다.

한참 자랄 나이의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단가가 비싼 고기는 줄이는 것 외에는 겨울을 날 뽀죡한 도리가 없다.

정부에서 운영비를 지원받는 시설들도 상황이 요한의 집보다 크게 낫지 않다. 운영비의 50% 가량을 지원받는 법인시설인 관악구 남현동 상록보육원에서는 자원봉사를 나온 사람들이 실내에서 손을 호호 불고 있었다.

"너무 추운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하며 난방 온도를 조금만 높이자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나오지만 부청하(65) 원장은 "지금부터 아끼지 않으면 한겨울에 아이들이 고생한다"며 딱 잘라 거절했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보육원 건물 3개 동을 내년 3월까지 난방하는데 4천여만원이 들 전망이지만 올해는 후원금이 기대만큼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돌보아야 할 아이들의 수는 늘어만 가고 있다. 최근에는 어머니가 몽골인인 다문화가정 출신의 어린이 3명이 새로 들어 왔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들어 지금까지 보육생 20명 이하로 구성되는 '그룹홈'과 개인 양육시설, 대규모 법인시설 등 서울시내 보육시설에 맡겨진 청소년 수는 350여명을 돌파,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부 원장은 "불황으로 회사가 도산하고 영세 자영업자들이 거리로 내몰리면서 보육원으로 들어오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어 재정압박은 더 심해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