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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답답하고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펀드를 산 사람만이 아닙니다. 펀드와는 인연이 없는 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큽니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 겪었던 대량실업과 빈곤의 공포를 되살리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신뢰를 잃었고,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언론의 분석과 전망도 겉돕니다.
먼저 경제위기의 진행상황에 대한 SBS 뉴스의 보도를 살펴봅니다. 지난 1일과 2일 뉴스는 잇따라 희망적인 전망을 내 놓았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악몽 같은 10월을 지나 서서히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으며, 한미 간 통화스왑 협정과 10월 무역수지 흑자로 우리의 외환시장 불안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뉴스가 희망적인 전망을 하고 있던 그 순간에도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실물경기 침체로 오는 더욱 본격적인 위기이지만, 뉴스는 "실물경기 침체와 잇따르는 중견 업체들의 부도위기가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라는 정도로 언급하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반면에 더 큰 위험이 닥쳐오고 있다는 것을 일반 국민들은 이미 피부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지난 14일 뉴스가 이점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SBS가 창사 18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지금의 경제상황이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나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보도의 내용이 일반 사람들의 생각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의 경제위기 대책에 대한 언론의 보도역시 매우 피상적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은행권에 대해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두 차례나 요청했지만, 은행들은 주머니를 열지 않았고, 시중금리도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SBS 뉴스의 분석은 은행의 입장을 이해하는 논조와 비판하는 논조 사이에서 일관성이 없었습니다. 뉴스는 12일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걸핏하면 정부에 손을 내밀면서도 이렇다 할 자구노력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17일 뉴스는 은행은 은행대로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자산건전성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대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이와 같이 은행의 행태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은행이 주머니를 열지 못하는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은행이 시중금리를 내리지 않아 부실기업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부실기업이 늘어나 시중금리가 내리지 않는 것입니다. 시중금리는 기준금리에 위험 프리미엄을 보태서 매겨지는데, 위험 프리미엄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 금융전문가의 말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기업을 살려야 은행도 산다고 얘기하지만 그건 짧은 침체기에 해당하는 얘기다. 지금처럼 장기 침체가 예상될 때 철저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부실을 더 키우게 된다."는 말입니다.
지난 주 SBS 뉴스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이웃을 돕는 온정의 손길마저 얼어붙고, 서민들이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기름보일러를 연탄보일러로 바꾸며, 연탄 난방조차 못하고 한파를 견뎌야 하는 쪽방촌사람들이 있습니다. 비교적 경기를 덜 탄다는 미술품 시장에도 불황의 한파가 밀어 닥쳤고, 무료급식소들도 어려운 사정에 빠졌습니다. 반면에 훈훈한 소식도 있었습니다. 10년 만에 밝혀진 배우 문근영 씨의 지속적인 거액 기부에 대한 빗나간 헐뜯기도 있었지만, 20일 뉴스는 문 씨를 따라서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이 정식 공연에 앞서 리허설을 하면서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초대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SBS 뉴스의 보도는 양적으로 부족하고, 내용도 개별 사례들에 머물러 있습니다. 경제위기가 서민 생활을 어떻게 무너뜨리고 있는가를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사회적 프로그램을 의제로 제시해야 합니다.
지난 주 SBS 8시뉴스는 흥미로운 소식 몇 가지를 빠뜨렸습니다. 우선, 로마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가진 한 네티즌의 이야기입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최근의 경제위기에 대해 예리하게 분석한 글을 실어 오면서 리먼브러더스의 부실과 환율 폭등 등을 정확히 예측하여 유명해진 그는 며칠 전 "국가가 침묵을 명령했다"며 절필을 선언하여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다음,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의 여교사 비하 발언이 불러 온 논란입니다. 지난 11일 어느 강연에서 나온 "1등 신붓감은 예쁜 여자 선생님, 2등 신붓감은 못생긴 여자 선생님, 3등 신붓감은 이혼한 여자 선생님, 4등 신붓감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이라는 발언입니다. 이 내용은 방송 3사가 모두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 한 신문이 보도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출입기자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전한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에 대한 발언입니다. 이 대통령이 정부 부처 대변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좋은 보도든 나쁜 보도든 따질 것 없이 정부가 방송에 일체 관여하지 말고, 다만 가운데만 갖다 놔라"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신 차관은 나중에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고, 내가 그렇게 해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지만, 방송의 논조에 대해 정부가 관여해야 한다는 정부의 인식을 드러낸 것은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네르바'의 이야기는 언론의 경제위기 보도에 무엇이 부족한가를, 그리고 나경원 의원의 발언은 정치지도자들의 의식수준이 어떤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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