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유학시절 유학비 받았다는 해명과 달라"
2월 홍콩 방문 뒤 자금 집중 송금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기존 해명과 달리 정치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한 작년 12월 그가 '키다리 아저씨'라고 지칭한 후원자 문모 씨를 처음 만났다는 판단을 검찰이 내리고 있는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최고위원과 문 씨의 첫 만남 시점이 둘 사이에 오간 돈이 사적 지원을 위한 것인지, 정치적 후원 차원의 것인지를 가릴 수 있는 중요한 척도로 여겨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갑근 부장검사)는 김 최고위원과 홍콩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인 문 씨의 출입국기록을 비교·분석해 본 결과 2007년 12월 30일에야 두 사람이 국내에서 처음 대면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12월 30일은 문 씨가 김 최고위원을 여의도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 15만 홍콩달러(약 1천790만원)를 건넨 날이다.
이같은 점을 바탕으로 검찰은 문 씨가 누군가로부터 김 최고위원을 소개받아 직접 만나기 전 미리 전화통화 등의 간접 접촉을 통해 정치자금 후원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 씨는 이와 관련해 검찰에서 "크고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해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문 씨를 2006년 말 또는 2007년 초 처음 만나 유학비를 꾸준히 지원받았다"는 김 최고위원의 말에 신빙성이 있는지 가리기 위해 김 최고위원의 차명계좌 여러 개를 포함시킨 가운데 계좌추적을 벌였지만 두 사람의 만남 이전에는 돈 거래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 최고위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을 감추고자 하는 의도에서 문 씨를 만난 시점을 1년 가량 앞당겨 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김 최고위원이 올해 2월 중순께 홍콩을 방문해 문 씨를 만난 뒤, 문씨가 김 최고위원이 관리하는 차명 계좌에 집중적으로 돈을 보낸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문 씨로부터 김 최고위원이 자신이 있던 홍콩에 찾아와 차명계좌 7∼8개를 알려주며 추적을 피하기 위해 2만달러 이하로 돈을 잘게 나눠 보내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검찰의 계좌추적 결과에 따르면 문 씨는 김 최고위원이 다녀간 직후인 2월 21일부터 27일까지 10차례에 걸쳐 8개의 차명 계좌에 1만2천200달러∼1만9천700달러씩 모두 18만6천900달러를 보냈다.
김 최고위원은 앞서 "문 씨는 2006년 말인가 2007년 초 정치 활동을 하지 않았을 때 먼저 연락해 와서 순수한 의도로 학비 등을 지원해줬던 해외 사업가이며 나에겐 숨겨진 '키다리 아저씨' 같은 분"이라며 "올해 마땅한 집이 없던 사정을 알고 1억5천만원을 보내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