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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여자고 혼자 살아본 적이 있는지라 성폭행 사건을 접하다 보면, 나와는 아주 먼 얘기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과거 저의 안일함이 기억 나 아찔함을 느낍니다.
한때 잠시 혼자 산 적이 있는데 하루는 문을 잠그는 걸 깜빡하고 잤고 아침에 일어났더니 침대 옆에 놔뒀던 가방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친구한테 투덜댔습니다.
"아니, 거기 들었던 내 핸드폰이랑 그 안에 든 전화번호들그리고 지갑이랑 소지품들.. 아까워서 어떻게 해..."
그랬더니 친구 왈.
"니가 아직 혼이 덜 났구나. 다행이라고 생각해. 정말 나쁜 마음을 먹었던 남자였으면 어떻게 할 뻔 했냐?"
아무 생각도 없다가 갑자기 아찔하더라고요...
'정말 다행이구나...'
우둔한 저는 이 일이 있고나서야 문단속을 철저히 하게 됐습니다.
다른 여성분들도 저 같이 ‘안전 불감증’이 있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직접 그 상황에 처하거나 아니면 얘기를 전해 듣지 않으면 '안전 불감증'에 걸리기 십상이니까요..
실제로 낮에 눈뜨고 자신의 집에서 당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이번에 제가 취재한 마포 발바리가 그렇습니다.
범행 수법은 주로 여자가 혼자 사는 집을 노려 ‘보일러공’을 가장해 보일러를 봐주는 척 집에 들어와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 한 겁니다.
누가 보일러를 점검하러 왔다는데 찜찜하긴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열어준 사람을 원망할 수 있겠습니까?
일단 안전 불감증 논의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요...
지난주 서울 홍익대 근처 주택에서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성폭행 사건이 무려 20건이나 발생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기본적인 단서만 가지고 무작정 서교동 내 주택가에 갔습니다.
미용실, 길거리, 상점... 거리 곳곳을 다 뒤졌습니다.
'혹시 성폭행 사건에 대해 들어보신적 있나요?'
오전에 시작해 점심시간이 지나 오후가 돼도, 단 한 명도 사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물론 '경찰서를 바로 가는 게 가장 빠르지 않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테지만, 먼저 이렇게 단독 정보를 입수한 경우에는 경찰부터 확인이 들어가면 바로 전 언론사 기자들이 알 수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확인 작업을 먼저 하고 경찰에 마지막으로 확인을 하게 됩니다.)
왜 일까... 20건이나 일어났는데 왜 아무도 모르지?
물론 성폭행이라는 범죄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주위에는 쉬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각오는 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경찰이 성폭행 사건을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겁니다.
제 기사에서 보듯이 관할 지구대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모든 것을 알고 왔는데도 그냥 모른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실제로 사건이 발생해도 경찰은 해당 피해자에게 절대 외부에 알리지 말 것을 강요했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한 여자 분에게 이메일이 왔습니다.
자신도 홍대 근처에 사는데 그 짝퉁 '보일러공'에게 안 좋은 일을 당할 뻔 하다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출동한 경찰은 이 건을 없던 일로 하자고 했다는 겁니다.
치안을 강화할 테니 그냥 조사 받는 건 하지 말자라고 주위에 알리지 말라고 하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 여자 분은 제 기사를 보고 본인 사건 이 후에도 성폭행 사건이 많이 일어났다는 것에 치를 떨었습니다.
그 남자가 잡히지 않고 여전히 자기 집 주변을 돌아다녔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무섭고 화가 난다는 겁니다.
마포는 지난달 21일 경찰의 날에 치안종합성과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고 대통령까지 받았습니다.
20건이나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성폭행범이 잡히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끌끌끌....
표창 받기 위해서 쉬쉬했던 건가...민생 치안을 중요시 여겨야 할 경찰이 도대체 왜 이런 건지...
결국 쉬쉬하는 경찰들 때문에 주위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편안하게 지내셨던 여성분들...
여성분들 자신도 누구도 믿을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안전불감증을 불식시키도록 노력해야합니다.
이런 연쇄 성폭행 범들은 대부분 정신이상자들이 많습니다.
정신이상자들, 당연히 인격자들이기 때문에 모두 잠재 범죄자로 지정할 수는 없습니다.
신상공개나 얼굴 공개 논의는 차치하고서 먼저 조심. 또 조심하는 것이 사건발생을 막는 최소의, 최선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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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발랄함과 밝은 표정이 돋보이는 한지연 기자는 2004년 SBS에 공채로 입사해 문화부와 경제부를 거쳐 지금은 사회부 사건팀 경찰 출입 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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