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일이 되면 한국 사회 전체가 시험을 보는 것과 같은 비상 상황에 돌입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2일 1면과 15면 두 면에 걸쳐 크게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해 11월 한 경찰관이 수험번호를 집에 놓고 온 여학생의 상황을 무선으로 연락받고 그 학생의 아파트를 찾아가 부모에게서 번호표를 받은 뒤 오토바이 사이렌을 켜고, 교통신호를 무시한 채 시내도로를 질주해 시험 시간에 간신히 맞춰 이를 전달했던 사례를 소개하면서, "그의 영웅적 행동이 예외적인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수능일이 되면 한국은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사무실과 가게는 시험 보러 가는 학생들이 러시아워 교통체증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평소보다 1시간 늦은 10시에 문을 열고, 수험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학교는 휴교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영어 듣기 평가가 있는 시간에는 비행기들의 이착륙이 금지되며,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비행기들도 이 시간에는 고도 1만피트 상공에서 대기하도록 관제탑의 지시를 받는다.
한국 전력은 4천 명의 기술인력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정전사태에 대비해 1천 곳 가량의 시험장 전선을 점검하면서 대기하고 있고, 수험생 가정이 있는 집에서는 TV를 시청할 때도 헤드폰을 낀다는 것.
59만 명이 시험을 치르게 되는 올해에도 시험이 끝난 직후 언론은 시험지 문답을 정리해 내보내고, 시험 당일을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는 각종 사업들이 번창하고 있으며, 시험전 신문과 TV는 수험생들의 학습 태도와 음식물 섭취 등에 대한 팁을 제공하는데 인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9월부터 서울 근교 사찰과 교회는 수험생 부모들이 100일 기도를 위한 각종 이벤트가 열리며, `시험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미역국을 먹어서는 안된다는 등의 영양보다는 미신에 근거한 금기 음식까지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WSJ는 이 같은 현상이 시험 한번 잘 치르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대기업이나 정부의 취업에 용이하게 되는 발판이 마련되는 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한국인들에게 대입 시험은 사회적 신분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인식되고 있다"는 이화여대 사회학과 최샛별 교수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