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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 50장은 기본!

남정민

입력 : 2008.11.13 08:38

일단 붙고봅시다.


요즘은 회사에 입사하려면 내야 하는 서류들이 참 많습니다.

영어성적, 자격증, 학력, 경력....등등.. 화려한 스펙을 갖춘 사람도 참 많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되고, 또 모든 회사가 빠짐없이 요구하는 게 바로 '자기소개서', 일명 '자소서' 입니다.

이 자소서로 서류 전형의 당락이 결정된다 할 만큼 중요합니다.(포털 사이트마다 자소서 문의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있겠죠? ^^)

원하는 회사에 한 번에 척척 붙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현실은 냉정합니다.

그럼, 자소서를 얼마나 써야 취직을 할 수 있을까요? 사립 명문대에 다니는 한 학생을 만났습니다.

USB에 들어있는 파일을 열어보니 올해 9월과 10월에만 자소서 25개를 썼네요.



← 취업준비생의 USB에 저장돼있던수많은 '자소서' 들!!!


 

25곳의 회사에 지원서를 냈다는 이야긴데,  "그렇게나 많이?" 하고 놀랬더니 "25개는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주변 친구들은 분야 가리지 않고 40~50개는 기본으로 쓴다는 것이죠.

중소기업에 외국계까지 통틀어 지원하다보면 그 이상 가는 경우도 왕왕 있답니다.

그렇게까지 많이 쓰는데도 결국 1, 2단계 붙는 회사는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랍니다.

소위 '명문대' 학생들도 서류전형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니 스펙이 딸린다 생각하는 지원자들은 더욱 마음이 무거울 것이고 취직 실패 경험이 누적되다보면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는 "이름을 들어본 회사면 좋은 곳이니, 무조건 지원하자"라는 암묵적 동의(?)가 퍼져 있다고 합니다.

"내년이면 더 어려워진다고 하니, 기회를 놓치면 취업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는 이윱니다.

소신껏 기업에 원서를 낸다거나, 스펙을 높이기 위해 어학연수나 유학을 이유로 휴학을 한다거나 하는 일은 이제 거의 보기드문 일이 되고 있습니다.

'일단 붙고 보자!' 는 풍조가 대학 재학생, 졸업생, 대학원생 할 것 없이 마찬가지라네요.

대학의 취업지원실도, 이런 트렌드 변화에 맞도록 취업지도 방향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암울한 건 갈 수록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겁니다.

통계청의 월별 고용동향 통계는 매달 중순쯤 낮 1시 반에 일괄 발표됩니다.

10월 통계는 어제(12일) 발표됐습니다.

지난해에는 신규 취업자 수가 30만명 이상 되던 것이 올 초엔 10만명 대로 떨어지더니 10월 통계는 급기여 9만7천 명으로 추락했습니다.---> '취업 준비자'가 거의 60만명에 육박하는 걸 감안하면 대부분은 실패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일자리가 줄어들면 결국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다시 투자부진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걷잡을 수 없는 실물경기 침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정부도, 바로 이 점을 우려해서 계속 기업들에게 '일자리 좀 더 늘리라' 고 압박하지만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살 길 찾기 바쁜' 기업들이 데리고 있던 인원도 '감원'하겠다고 나서는 판에 신규 채용에는 아주 소극적일 수밖에 없겠죠.

앞으로 더 사정이 안좋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그야말로 취업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상황인데 마음껏 취미생활을 하고, 학문을 익히고, 깊이있는 생각을 할 시간도 없이 회사 들어가는 일에만 관심을 쏟다 보니 학교생활은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어린 학생들의 푸념을 들으며 씁쓸한 기분이었습니다.

 

[편집자주] 백화점과 할인점을 누비며 알짜 생활정보를 전해주던 남정민 기자가  지금은 기획재정부와 공정위를 출입하며 굵직한 경제 뉴스들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2002년 SBS 공채로 입사한 남 기자는 여기자 특유의 꼼꼼한 취재에 해맑은 외모로 개인 블로그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