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름판에서 서로 속고 속이는 타짜들이 쓰는 사기 도박용 트럼프가 첨단 과학 기술의 도움을 얻어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무늬목'이라고 불리는 사기 도박용 카드는 크게 3단계의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쳐왔다.
1세대는 무늬목은 '표시목'이라고도 불리는데 카드의 뒷면에 특별한 표시를 작게 인쇄해 도박꾼이 이를 육안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물정 모르는 일반인을 속이는 데 쓰일 수 있을 뿐 '선수'를 속일 수는 없었다.
이래서 등장한 2세대 무늬목이 바로 '렌즈-카드' 또는 '카메라-카드'.
트럼프 뒷면에 특수 형광 안료로 무늬와 숫자를 표시해 그에 맞는 콘택트렌즈를 끼거나 적외선 카메라로 이를 몰래 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이번 검찰에 적발된 이모(49) 씨 형제가 만든 트럼프의 뒷면에는 1은 '/', ♣는 '○'로 표시돼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중국 등지에서 사기 도박용 콘택트렌즈가 생산·수입되기 시작해 가격이 10만원 선까지 내려가 너도나도 장비를 갖추게 되자 이를 사용해 상대방을 속이는 일도 녹록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10년 전부터 무늬목을 제조해 업계에서 '원조'로 통하는 이 씨 형제 등은 3세대 무늬목 개발에 들어갔다.
오랜 연구 끝에 인쇄업에 종사하던 이 씨와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유모(40.구속기소) 씨가 함께 탄생시킨 것이 이른바 3세대 무늬목이다.
이들은 독자적인 염료 배합 기술을 개발해 카드 뒷면에 무늬를 새겼고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신형 렌즈 필터도 찾아냈다.
'타짜용' 카드의 원리는 특정 염료와 렌즈의 파장을 서로 맞추는 것이어서 2세대용 콘택트렌즈를 끼고는 이들이 만든 카드 뒷면에 적힌 무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신형 사기 도박용 트럼프는 12개 들이 한 세트에 100만원, 렌즈 필터는 500만∼1천만원의 고가에 타짜들에게 은밀히 팔려나갔다.
이들이 만든 사기 도박용 트럼프는 주로 사설 도박장에 공급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천장에 신형 렌즈 필터가 끼워진 소형 카메라가 설치되면 근처에 있는 일당이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도박꾼에게 상대방의 패를 알려주는 식으로 사기 도박이 이뤄졌다고 검찰은 전했다.
카드와 렌즈 뿐만 아니라 타짜 일당 사이에 교신을 위해서도 첨단 기술이 동원됐다.
검찰은 이 씨 등이 운영하는 공장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2∼3㎜로 좁쌀 크기만 한 수신용 무선 이어폰도 발견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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